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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가루 같은 여자

이난순2025.10.15 12:03조회 수 1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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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그의 발걸음이 컸다

 

강의실 문 열자 모두 돌아보는 순간

맨 뒤에 앉아 있던 여자 꿍얼거렸다

묵 가루 같은 여자라고

교탁에는 선생님도 쳐다보고

 

 

되돌아가서 갚아줘야 한다는 마음이 꿈속이었나

깨어난 이후였을까

 

 

다시 문을 열고 그 여자 앞에 섰다

손가락이 먼저 나섰다

터진 입이라고 그리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사람들 눈들이 호기심으로 집중된다

 

 

울퉁불퉁 검은 상수리 나무, 여기저기 상처로 앙다문 자리

지난 가을에,또 그 전해에 전 전해에 나무는 큰 돌에

우수수 몸서리치며 열매들 내쏟았다

 

 

다람쥐보다 사람들이 더 배고팠던 시절

도토리 줍는 일은 식구들의 농토를 한 뼘 늘리는 일

시간으로 저축되었던 뽀얀 묵가루

온 가족의 숟가락에서 웃던 떨떠름했던 포만의 순간들

 

 

당신이 묵 맛을 알기나 해

 

 

강의실 공기가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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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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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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