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그의 발걸음이 컸다
강의실 문 열자 모두 돌아보는 순간
맨 뒤에 앉아 있던 여자 꿍얼거렸다
‘묵 가루 같은 여자’라고
교탁에는 선생님도 쳐다보고
되돌아가서 갚아줘야 한다는 마음이 꿈속이었나
깨어난 이후였을까
다시 문을 열고 그 여자 앞에 섰다
손가락이 먼저 나섰다
터진 입이라고 그리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사람들 눈들이 호기심으로 집중된다
울퉁불퉁 검은 상수리 나무, 여기저기 상처로 앙다문 자리
지난 가을에,또 그 전해에 전 전해에 나무는 큰 돌에
우수수 몸서리치며 열매들 내쏟았다
다람쥐보다 사람들이 더 배고팠던 시절
도토리 줍는 일은 식구들의 농토를 한 뼘 늘리는 일
시간으로 저축되었던 뽀얀 묵가루
온 가족의 숟가락에서 웃던 떨떠름했던 포만의 순간들
당신이 묵 맛을 알기나 해
강의실 공기가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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