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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중

이난순2025.10.11 01:25조회 수 2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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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팔 줄기

옷 속으로 만져진다

선조가 내어준 무덤 마당에 고사리 피어나듯

그녀의 시간은 축약 되었다

 

 

어머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씨앗의 하얀 꼬리

그 이전을 기억하고 싶은 걸까

 

 

요양원 로비에서 만난 어머니

낯선 얼굴 익히듯 실눈으로 더듬지만

웬 사내 한 마리 눈에서 수액 떨구고 있는 게 보인다

 

 

그녀의 실화는 계속 새가 물어가고 남은 자국 꼭지 떨어져

땅에 닿는다

 

 

길거리 좌판에서 팔던 양말 쪼가리들

단속반의 구둣발에 걷어차여

검불 떼어내던 손 토닥여 주던 햇볕 한 줌

임신 중 잘 못 먹은 약재로 저능아 된 큰 아이의 질감

허벅지에 모여있던 25시간의 부피

새의 부리로 쪼아간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남편과의 설레였던 첫 만남을 훔쳐갈 때

새의 날개짓 어땠을까

홍조로 부풀어 올랐을까

 

 

아들이 건네준 커피 한 모금

목마를 새에게 남겨 준다

더 마시라는 사내의 말이 혼자 테이블에 흐르고

얼굴에 피어난 검은 꽃들 웃는다

잔잔히

 

 

은발 머리카락이 어깨에 내려 앉는다

새를 부르는 신호일까

 

 

한 발자국 가까이 더 가까이

돌아가는 중

어머니의 바다가 보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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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가루 같은 여자 아이들 키 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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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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