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팔 줄기
옷 속으로 만져진다
선조가 내어준 무덤 마당에 고사리 피어나듯
그녀의 시간은 축약 되었다
어머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씨앗의 하얀 꼬리
그 이전을 기억하고 싶은 걸까
요양원 로비에서 만난 어머니
낯선 얼굴 익히듯 실눈으로 더듬지만
웬 사내 한 마리 눈에서 수액 떨구고 있는 게 보인다
그녀의 실화는 계속 새가 물어가고 남은 자국 꼭지 떨어져
땅에 닿는다
길거리 좌판에서 팔던 양말 쪼가리들
단속반의 구둣발에 걷어차여
검불 떼어내던 손 토닥여 주던 햇볕 한 줌
임신 중 잘 못 먹은 약재로 저능아 된 큰 아이의 질감
허벅지에 모여있던 25시간의 부피
새의 부리로 쪼아간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남편과의 설레였던 첫 만남을 훔쳐갈 때
새의 날개짓 어땠을까
홍조로 부풀어 올랐을까
아들이 건네준 커피 한 모금
목마를 새에게 남겨 준다
더 마시라는 사내의 말이 혼자 테이블에 흐르고
얼굴에 피어난 검은 꽃들 웃는다
잔잔히
은발 머리카락이 어깨에 내려 앉는다
새를 부르는 신호일까
한 발자국 가까이 더 가까이
돌아가는 중
어머니의 바다가 보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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