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함성이 하늘로 치솟는다
벤치 옆으로 달려오는 글러브 낀 손
주황빛 말캉한 열매,
손 끝에서 단단하게 밀려나오는 우주
구린 내는 고향마을 언덕에 걸려있다
이쪽으로는 날아오지 않았는데,
두리번거리던 야구모자가 새파란 하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차거웁던 벤치 따뜻이 덥혀질 즈음
노란 범벅이 된 은행 알맹이들 비닐봉지에 수북하고
가을은 허리를 펴며 부자의 길목 내다보고 있다
아파트 창문마다 들려오던 숨소리로
짙은 잎새 자라며 맺어온 열매들
뜨거운 열기 막아내느라 황달 빛 된 가을
길가에서 밟힐까 산책하는 이들 외면으로 숨는데
촌부의 눈엔
화롯불에 구워 먹던 연두빛 고소한 추억 밀려온다
바람벽에 키재기 줄금 늘어나 듯
수돗가
하얀 알맹이들 플라스틱 다라이 안에서
빙글빙글 추석 달로 환하다
손에서 묻어나는 향수,
밤길 길동무처럼 내 관절에 남는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