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아이들 키 크는 소리

이난순13 시간 전조회 수 3댓글 0

    • 글자 크기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함성이 하늘로 치솟는다

벤치 옆으로 달려오는 글러브 낀 손

 

 

주황빛 말캉한 열매,

손 끝에서 단단하게 밀려나오는 우주

구린 내는 고향마을 언덕에 걸려있다

 

 

이쪽으로는 날아오지 않았는데,

두리번거리던 야구모자가 새파란 하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차거웁던 벤치 따뜻이 덥혀질 즈음

노란 범벅이 된 은행 알맹이들 비닐봉지에 수북하고

가을은 허리를 펴며 부자의 길목 내다보고 있다

 

 

아파트 창문마다 들려오던 숨소리로

짙은 잎새 자라며 맺어온 열매들

뜨거운 열기 막아내느라 황달 빛 된 가을

길가에서 밟힐까 산책하는 이들 외면으로 숨는데

 

 

촌부의 눈엔

화롯불에 구워 먹던 연두빛 고소한 추억 밀려온다

바람벽에 키재기 줄금 늘어나 듯

 

 

수돗가

하얀 알맹이들 플라스틱 다라이 안에서

빙글빙글 추석 달로 환하다

 

손에서 묻어나는 향수,

밤길 길동무처럼 내 관절에 남는다

    • 글자 크기
어느 일요일 점심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아이들 키 크는 소리 13 시간 전 3
150 어느 일요일 점심 2025.09.21 23
149 바람이 바람 나다 2025.09.04 33
148 슬픔, 웃자라다4 2025.06.22 338
147 디밀어 1mm4 2025.06.04 392
146 그를 이식하다 2025.05.29 76
145 황토 발 금 2025.05.06 89
144 가시 자라다 2025.05.06 85
143 봄을 먼저 보면 2025.04.05 95
142 리드하다2 2024.11.28 561
141 숨겨진 씨앗-B T S2 2024.11.16 497
140 동치미를 불러들이는 일3 2024.11.07 571
139 문닫이 꽃2 2024.11.07 525
138 콩 잎 파스2 2024.10.26 516
137 술 도가엔 술이없다4 2024.10.13 566
136 뿌리는 기억한다2 2024.09.15 527
135 출 타 중 2024.08.27 115
134 바람 길 열리다 2024.08.27 135
133 언니의 손 끝 2024.08.24 138
132 맘껏 두드리다 2024.07.11 12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