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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갈 가을가을

이난순2025.10.09 18:10조회 수 4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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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함성 하늘로 치솟는다

벤치 옆으로 달려오는 글러브 낀 손

내 쪽으로는 날아오지 않았는데,

두리번거리던 야구모자가 새파란 하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주황빛 말캉한 열매,

손 끝에서 터지며 단단한 속살 드러나고

구린 내는 유년시절 흙벽돌 모퉁이를 돌게 하였다

 

벤치 따뜻이 덥혀질 즈음

노란 범벅이 된 은행 알맹이들 비닐봉지에 수북하고

가을은 허리를 펴며  길목 내다보고 있다

 

아파트 창문마다 들려오던 숨소리로

잎새  짙게 자라며 맺어온 열매들

뜨거운 열기 막아내느라 황달 빛 된 거죽

길가에서 밟힐까 산책하는 이들 외면으로 숨는데

촌부의 눈엔

화롯불에 구워 먹던 연두빛  추억 밀려오지

바람벽에 키재기 줄금 늘어나 듯

 

하얀 알맹이들 물 속 함지박 안에서

빙글빙글 추석 달로 환하고

손에서 묻어나는 향수,

밤길 동무처럼  관절에 남는다

시린 내로

 

아이들 뛰어다니는 발자국에

하얀 은행알들 갈갈가을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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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중 어느 일요일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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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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