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계절을 보내며
이 설 윤
불볕 더위 속에서도
넉넉한 웃음을 보내주던 풀꽃들도
뜨거웠던 한 시절을 보내고
제풀에 시들해졌다
마을에 슬픔처럼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무더위와 씨름하던 시간들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고
문득 햇살 고운 한나절이
소리도 없이 내려와 반짝인다
이제 막 익어가는 능금처럼
나무들도 바람이 실어다 준
물감들을 모아
빨강 노랑 색칠하고 있는데
가을로 떠난 그대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는가
영원 속에 찰라 같은 오늘
어제 보다 조금 더 늙어버린 얼굴로
떠나는 계절에게 손 흔들며
때묻은 시간의 덩이들을 떼어내어
아픔과 함께 싸서 고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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