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망초꽃이 피었습니다
이 설 윤
도토리 나무 끝에
매달린 가을이
성큼 내려오는
9월의 아침엔
쓸쓸함도 함께 내려와
바람에 흔들립니다
담장 밑엔
서둘러 떨어진
나뭇잎들이
갈 곳 몰라 누워 있고
철없는 초가을의
가는 빗줄기
먼 상념을 몰고 옵니다
이 가을엔
허무를 앓고 있는 가슴에
우물 하나 깊이 파고
새벽이슬로
찰랑찰랑 채워
목마름 씻어 줄
시 한 줄
퍼 올리고 싶습니다
별빛 한 조각
걸려있는 식영정엔
기다림의 결실을 꿈꾸며
발뒤꿈치를 들고 서 있는
하얀 망초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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