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은 간밤에 온 비로 촉촉했다
물고 있는 곰방대
손가락에 감싸인 둥근 불집은 보이지 않았다
구붓한 파이프, 입속에서 자라나고 있을 뿐
그의 시가 걸어나온다
먼 산의 기운을 타고 푸른 빛,
점점 다가오며 짙게
잠 못 드는 밤을 채운 눈 밑의 그림자
오래된 책상 앞에 그가 앉아 있는 듯
서가에 빽빽이 도열 한 책들
우리를 만나러 사다리 계단 내려온다
뜨락을 되돌아 나오매
잡아끄는 돌나물들
그의 어머니, 웃으며 물김치 담그라 하네
시 비 곁 서성이며
화단에 돌나물 줄기들 묻으며
선인의 기운 기다린다
열에 들뜬 몸살 휘감겨 온다
조병화 문학관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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