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황톳길엔
아이들 같은 마음 솟는다
붉은 물 웅덩이 옆
발가락 사이로 삐져 오르는 미끄런 감촉
아이스크림 핥듯 발의 촉각 살아난다
길가에 들꽃들 웃는 소리도
걷어올린 바짓단에도 튀어 오르는 황톳물
하얀 나비도 깜짝 날아 오르고
말랑말랑 밟히는 붉은 우주에
그의 이름 떨구어 지우려하니
그림자로 또렷한 발자국
엄지 검지 중지 발가락들 모두 모은,
보폭이 새겨지고
숨소리 까지 담아내는 듯
나를 읽으며 느리게 걷는다
둘이 걷던 길
발바닥으로 스미는 나만의 기운
황토 씻어낸 맨 발 바닥
빗금 무늬 잔 물결
뒷꿈치에 더깨같은 울타리
사선으로 내달은 짙은 선
보내지 못한 이야기 한 마당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