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부르시면 모다 내려놓고 가야 할텐데

이난순2022.09.21 04:35조회 수 174댓글 0

    • 글자 크기

뚝배기에 계란찜을 앉혀 놓고

보글 거릴때 살살 저어준다

친구가 가져다준 까만 눈만 남아있는 잘 삭은 육젖 국물로 간하여

곱게도 익어가며 맛난 향기 풍기어 저절로 입맛이 다셔지네

 

이사 해 놓고

적당한 찬거리 없어

식탁에 계란찜이 주 찬이다

 

이삿짐 옮기기 전

가장 중요한걸 챙긴다고 여권이며 미국에서 받아온 시민권 원본이랑

씨큐리티 카드등 통장의 도장 등을 넣어둔 통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순간 내가 없어지는 착각에 빠진다

 

아하, 주님이 부르실 때도

이리 준비 없이도 갈수 있겠구나

 

깨달음을 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히려 편안해진다

 

언젠가, 어디선가 나타나 주겠지 하면서

계란찜 한입 떠 넣으니

들기름 향내와 함께 입안엔 기쁨의 전율이 스쳐 지난다

땀 흘린 노동 후에 주시는 소소한 밥숫갈에 열무김치 더 얹어서

 

이사한 날의 만찬으로 삼는다

    • 글자 크기
험하고 뾰족한 산 구름 처럼 넘게나 비 온 뒤엔 황톳길을 걷자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4 연보라 가죽신4 2023.06.04 183
93 꼬리 밟힌 지능범10 2023.06.03 185
92 개구리 울음소리 2023.05.25 192
91 거 미 줄 2023.05.25 168
90 아버지의 퉁소6 2023.05.21 184
89 야외 잿떨이4 2023.04.30 167
88 그를 떠나 보낸 봄비4 2023.04.27 161
87 화살나무4 2023.04.14 177
86 봄바람 그 일렁임 2023.04.07 150
85 불시착4 2023.03.19 165
84 어느 가을 달밤에6 2023.02.23 215
83 무덤가 놀이터 2023.02.23 159
82 감자 옹심이를 먹으며 2022.10.16 195
81 한아름 가득 가을 안고 온 친구 2022.10.08 182
80 바위에 다 털어놓는 바다 2022.10.07 133
79 창에 빗방울 새겨 둡니다 2022.10.02 145
78 마치 2022.09.30 140
77 험하고 뾰족한 산 구름 처럼 넘게나 2022.09.24 178
부르시면 모다 내려놓고 가야 할텐데 2022.09.21 174
75 비 온 뒤엔 황톳길을 걷자 2022.09.17 20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