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그대에게
배형준
길어야 칠팔 십인 삶의 길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소리 없이 길 떠나 감수꽝*
한증막 같은 불구덩이 앞에서
알알이 박힌 염전 만들고
찬 세파에 손마디 고드름 되었으면
숨차게 걸어온 여정인데
꼭, 가시겠다면 재게 재게 가십서예*
이슬 맺힌 오두막에서
정 그립거든
그대의 삶에 찌든 베갯머리 앞에
비단치마 벗어 둘 것이니
찾아가시어 이불 삼아 눵 주무십서*
짐 되기 싫어 나그네로 떠나시더라도
정처 없이 떠도는 목마른 영혼
산허리에 구름 되어 걸리거든
그리운 마음 깊어지나니 왕 방 가십서양*
제주도 방언
감수꽝 : 가십니까?
재게 재게 가십서예 : 빨리 빨리 가십시요.
눵 주무십서 : 누워 주무십시요.
왕 방 가십서양 : 와서 보고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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