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윤회
빗겨간 곳에 쌓인 눈들이 녹고 발자국만 땅에 붙어 시간을 벌고 있다
때를 찾아 세상의 울음 소리 하늘로 올라가면 무거운 어깨에 햇빛이 활짝 다가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계절을 불러 하늘과 땅을 바꿔 놓는다
멀리 아주 멀리만 있었던 너의 계절은 정직하게 다가오고
우주의 삶을 일으켜 세우며 빠르게 재촉한다
땅의 향이 퍼지며 터를 내주고 뾰족한 몽우리들 몽그럽게 부풀어 올랐다가
연분홍으로 피고 나면 계절의 터널을 초록이 건넨다
열매와 씨로 다가올 해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배반을 모르는 거룩한 질서를 배운다
초록이 지루해지면 때맞춰 빨강 노랑으로 짧게 물들다가 또 지치면
우아한 물 증발시키고 마른 몸 땅으로 내려와 발 밑을 맴돈다
호흡 한 번 멈춘 뒤 바람을 타고 사라지면 텅 빈 생각 부여잡고 휑한 곳을 향해 내달린다
흐릿한 순서는 흐트러져 가고 철 지난 등불처럼 깜빡거려 잃는 것들 다시 주워 담지 못하자
남은 줄기(텔로미어) 하늘에 닿을 때를 계수한다
철없는 아이들이 임딱, 틀딱 부르는 소리 신선하다 못해 서글프게 다가오자
시공과 멀어질 날을 기쁘게 슬프게 세어 본다
*임딱 - 임플란트 끼고 딱딱 거린다
*틀딱 - 틀니 끼고 딱딱거린다 (젊은 사람이 나이 먹은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
2025 글여울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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