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을 총으로 쏴 명중을 시켰다고 해서 온전히 죽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2024년 12월 초순에 미국에서 제일 큰 보험사의 CEO가 뉴욕 맨허튼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죽은 자를 애도하기보다 범행자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아이러니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의료시스템에도 미국인 기대 수명은 세계 42위 수준 기생충들이 자초한 일” 26세의 범행자 루이지 만조니의 선언문이다. 지연, 거부 , 축출이라는 행위로 보험사를 기생충이라 표현했다.
사람 목숨이 시간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돈이 해결되지 않으면 치료가 중단되는 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공감했다. ‘보험회사가 망하는 것 봤어’라는 말들이 일반화 된 것은 수 십년 전 부터 일이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보험에 들고 있지만 타당한 설명없이 매번 올리는 보험료를 받고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차보험, 집보험, 건강보험을 들어도 조건에 맞지 않으면 보험혜택도 없다.
사월 끝무렵, 둘루스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가 계산대 밑의 보이지 않는 물에 미끄러져서 큰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찢고 넘어졌다. 평일 초저녁 시간에 사람들은 적었지만 목격자도 있었고 특히 여성 두분이 나를 챙겨주며 괜찮냐고 묻고 의자에 앉으라며 마음을 써 주었다. 왼쪽 바지는 젖었고 계산하는 마트 직원이 페이퍼 타올로 닦아주었다.
매니저를 찾아도 없다며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이 마트 인증이 있는 서류에 사건 기록을 했고 내가 그 기록을 달라고 하자 줄 수 없다고해서 복사라도 해 달라고 요청해서 갖고 왔다. 그 다음 날 마트 매니저가 전화 메세지를 남겼지만 괘씸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지 않고 있다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마트의 보험회사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여 매니저를 찾아가 사건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순조롭게 치료가 시작되었다.
사건 당시에 심하게 넘어져서 머리가 아프고 이빨이 맞부딪치며 온 몸이 떨리더니 그 다음날 부터는 갈비뼈에 통증과 왼쪽 고관절쪽에 멍이 들었다. 심한 다리 경련이 자주 일어났고 치아의 흔들림이 더욱 나빠졌다. MRA를 찍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세 번이나 맞았다.
치료가 거의 끝날무렵 해당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변호사에게 보낸 내용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말장난이었다. 넘어진 것은 알겠는데 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 보상도 못해주니 법정 소송을 할려면 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CCTV를 보았다면 젖은 내 바지를 그 자리에서 직원이 닦아주는 장면도 존재할텐데 보험 조정자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어떤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 스트레스는 더해지고 뇌의 신경회로가 마구 엉켜 사고할 능력조차 마비되었다. 뼈가 부러졌거나 심한 외상을 입지 않은 이상 법정 다툼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변호사도 포기에 가까운 조언을 했다.
보험사의 비양심, 비논리적인 통보는 물론이고 의도적으로 마트 직원이 이름과 사인을 빼고 원본도 아닌 복사본을 마지못해 넘겨준 것과 증인 두 사람의 연락처 받기를 극구 말렸던 일 등 그들은 이미 어떻게 이 사건을 처리하는지 계산해 놓았던 것이다. 이런 일로 심한 상처를 받았기에 사람을 죽여야 할 만큼의 사무친 횡포를 당했다면 범행자를 응원하겠다.
살인이란 죄명은 한 젊은이의 생을 완전히 나락으로 꺾어버렸지만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태를 행동으로 나섰던 용기 있는 청년에게 최대한 법의 선처를 기대한다. 불의를 막겠다고 누가 감히 자신의 일생을 던질수 있을까. 곳곳에 기생충이 인간의 삶과 질에 구멍을 뚫고 다니며 전염병을 퍼뜨리는 우리 곁에서 한 몸으로 막아선 젊은 청년이 영웅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어릴적 변과 함께 나왔던 회충을 보고 놀라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 몸 안에 영양분을 먹고 기생하며 사는 생물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던 그 시절과 달리 요즘은 변종도 많고 전염과 증세도 다양하다. 어떤 곳에서 어떤 경로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지 알 수 없다. 그로인해 병든 사람들이 보험의 계약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부당하게 치료조차 받지 못 한다면 보험은 왜 존재하는가
억울해서 신문에 기사라고 올려볼까 생각했지만, 변호사는 내 사건을 입막음 시켰다. 해당 마트 이름도 밝혀서는 안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교통사고처럼 그 자리에서 119나 경찰에 연락해서 반드시 기록을 받아놓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인간을 돈의 잣대로 저울질하고 있다.
젊은이의 미미한 존재는 곧 사라지겠지만 그를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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