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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아까운 쌀을!

이난순2022.05.14 21:21조회 수 3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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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책길 숲속 어딘가에서 꾀꼬리 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하이톤의 주인공. 얼마만일까?

가늠하다보니 아주 까마득하다

 

산길 들어 서려는데 저만큼에 누군가 하얀 쌀을 쏟아 놓은게 보인다

아니, 길에 누가 저리도 귀한 쌀을? 그것도 길가 쪽으로 쭈욱......

발걸음이 빨라지며 가서 들여다보니 아카시아꽃잎이 마른거 였다  수북 수북히.

아침 먹기전 산책이니 내가 배가 고팠었나?

왜 쌀로 보여서 순간적으로 아까운 생각이 들었을까

 

등학교 시절 자취하며 쌀이 떨어질때 쯤이면 양식 걱정에 공부도 잘 안되며 

집으로 가질러 가야만 했던 때의 기억에 하얀꽃 쌀로 보였나보다

더군다나 시력이 안 좋으니.....흐흐흐

손으로 한웅큼 쥐어보며 마른 아카시아를 느껴본다

 

온 동네에 네 향기로 창문 열어 이웃삼아 주더니

오늘은  나의 가난했던 시절 새삼 추억케 하는구나

너를 버무린 밀떡의 맛도

유리 단지에 담갔던 아카시아 술의 향기도 아직 나의 것인데

너의 바스락거리는 꽃 내는 나의 비염을 원망케 하는구나

 

아카시아!

초등교 시절 선생님의 엄명에 아카시아 씨 따는 숙제가 있었지

헐벗었던 우리 산에 그 나무가 빨리 잘 번질수 있다하여 꽃씨 받아 숙제검사 받았던.

허나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산들은 모두 푸르러지고 이젠 밀림이 되어

어딜가나 산 둘레길 만들어져 누구나가 숲을 맛볼수있게 되어 구십노인도 즐길수있다

오늘 산길에서도 꼬부랑 할머니 천천히 걷는 모습,

어머니 뒷모습같아 어여쁘기만하다

 

그 언덕, 꽃길 가즈런한 붉은 황톳길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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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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