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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기 아까운 머위탕

이난순2022.05.11 16:45조회 수 4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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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파트 장터에 굵은 머위대가 등장했다

반가움에 덥썩 집어들고 달려와 서둘러 물끓여 삶는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본다  누구와 함께 이 봄에 머위탕을  먹을수 있을지.

오늘 따라 그들은 왜 모두들 바쁜걸까?

오랫만에 전화로 연결된 선배의 목소리는 반갑기 그지없다

어버이날 애들이 바빠서 주말에 제주여행가기로 하여 준비로 바쁘다나

차마 머위탕 얘긴 하지 못하고 끊는다

육촌 동생과 또 통화,거리상으론 멀지않은 광명시 이니 올수 있겠지 기대하며.

사업 하느라 바쁜모양이다  후딱 다녀가면 좋으련만 아마도 멀리 가 있는 모양

.

옆 아파트에 사는 친구 , 부르고 싶은데 그도 또한 일이 있다고.

몇몇 사람 떠 올리다가 할수없이 혼자 먹기로.

삶아진 머위대 껍질 벗기며 혼자서 즐겁다 옛날을 떠 올리며 하는일은 노동이 아니고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거 같다고나 할까

 

내가 자라던 고향집 담밑엔 머위가 지천이었다

친구와 나는 머위꽃을 머위할아버지라 부르며 가지고 놀았다 왜 그랬을까?

그냥 어른들이 그리 불렀으니 우리도 따라서 그랬다

머위잎 보다 먼저 피어 났던거 같은데 일찍 피었대서 할아버지라 했을려나?

 

머위잎이 솟아나면서 부터 우리집 밥상엔 그 잎을 데쳐서 먹기 시작한다

쌉싸름한 그 맛이 어렸을때의 나의 추억의 일부분이 될 줄이야

물론 식구들 모두 즐겼으니 꼬마인 나도 함께 즐겼겠지

 

모두 성장하여 서울에 살면서도 형제중에 누구라도 고향에 다녀와서 "모여라"

하고 호출하면 두말없이  모여들어 머위잔치를 벌리곤하였다

여러해를 미국에서 사느라 그 맛을 못보며 봄을 보내는 난 마치 속옷을 걸치지 않고

겉옷만 입고 사는 듯 하였다

한국에 나와 맞는 봄에 이젠 그 맛을 싫컷 즐겨보리라

 

껍질을 모두 벗겨 굵은 줄기들 네 등분 정도로 갈라 짤막하게 컷한다

노릿한 줄기들 자르며 입으로 자꾸 들어간다

고유의 향이 나를 사로잡는다

 

가스불위에서 팬에 기름두르고 마늘 고추 파를 먼저 볶아 기름을 내며

손질한 머위줄기들 함께 볶다가 들깨가루 물에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어머니는 거기에 조개쌀 함께 넣어주셨으나 나는 그냥 만족하기로.

아, 이걸 혼자서만 먹어야 하다니 정말 아쉬웁다

 

멀리들 떨어져 있는 형제들,아파서 요양원에 있는 언니, 돌아가신 큰오빠 큰언니

모두가 그립다

하얗고 걸쭉한 국물과 함께 한입 떠 넣다가 눈물이 고인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는 과거일뿐 흘러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나에겐 그렇지가 않다

그 지난날이 오늘 머위탕을 즐길수 있게 해줬고 내 미각을 깨워줘 식탁앞에서

모두를 생각케 해준다

 

그리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게하니 이 또한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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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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