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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육개장

이난순2022.02.12 19:39조회 수 4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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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쏟아지는 길

무릎에 따끈한 육개장 냄비

양손으로 붙들고

큰딸네집 간다

 

남편은 살금살금 운전하며

창에 달라붙는 눈 치우려

와이퍼 좌우로 훔칫 훔칫

 

뒷좌석쪽 창문엔

창호문처럼 하얗다

엉겨붙은 닥종이 이듯.

 

차고의 비밀번호 틱틱 눌러대어

냄비들고 아무도 없는 

빈집 들어선다

 

주방의 전등

빈집 지킨듯

하루종일 켜 있고

싱크대 뒷편 턱에선

난초들 꽃피어

올망졸망 웃고있다

 

육개장 냄비 내려놓고

밥솥 열어보니

까만채 비어있다

 

육개장 이라면 입꼬리 귀에 걸리는

사위 생각에

미리 언질 주었건만

출근들 바뻤던지

밥도 앉히질 않고.

 

쌀씻어 솥에 붓고

집에갈 차비한다

맛나게들 먹을 모습 떠올리면서

 

눈오는 겨울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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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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