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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만남

이난순2022.01.11 00:04조회 수 4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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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만남

 

중매쟁이 언니 통해

생전 처음 맞선자리

 

그는 우릴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다

언니얼굴 한번보고,

또 내얼굴 한번보고

고개가 왔다갔다 바쁘다.

 

난 웃음이 터져나와 도무지 참을수가 없어

그냥 소리내어 웃어버리고 말았다 

선채로.

그리곤 어리둥절해 있는 그를 자리에 앉히며

뜸 들일 필요도 없이,

 

제가 설명드리죠

실은 저의 친언니 랍니다. 본의 아니게 집안동생뻘 된다고

거짓말 하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선 보는걸 무지 싫어해서, 집에선 어른들의 걱정꺼리 였거든요

 

어느날엔가 언니, 혼잣말처럼 자기 시집쪽에 아주 괜찮은 청년이 있는데........

제가 콧등으로도 아는체를 하지 않으니,

근데 말야 그 어머니라는 분은 간호사를 싫어한다는구나 라고.

그 말에 퍼뜩 "뭐야? 뭐 그딴 사람이 다 있어?"라며 드디어 관심을 보이니 언니는 

신이나서 내게 바싹 다가 앉는다

어떤놈인지 꼭 만나봐야겠노라고 주선을 해 달라 오히려 내가 매달렸다

 

그 어머니는 간호사가 싫다는데......!

그럼 S대 국문과 졸업해서 일반직장 다니고 있는 집안 동생뻘 되는 아가씨라고 말해줘!

라고 거짓말을 못하기로 유명한 언니를 설득했다

 

그를 만나기로 한 날에 언니가 기숙사에 찾아와 벌벌 떨며 걱정이 태산이다

난 언니를 안심시키며 내가 모두 해결할테니 마음 놓으라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거짓말로 S대국문과 졸업한거며,집안 동생이라고 한걸 먼저 사과하고

오늘 만나려고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왜 간호사가 싫은지 알고 싶어서 만나자고 약속잡아 달라고.

난 결혼하기위해 선 보는걸 아주 싫어한다는 말을 덧붙여서.

그 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띄며 쾌할하게 소리내어 웃는다

언니한테 "거짓말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연신 말해대며 꾸벅 절까지 해댄다

그리고 자기 어머니가 한 말을 대신 사과해준다.

 

그 남자,그리고 중매쟁이 언니를 돌려보내고 둘이서만 데이트를 하잰다.

 

오월초 였으니 난 꽃무늬 원피스에 머리는 숏커트였고,그는 반팔 차림에 곤색 줄무늬가 있는 회색바지를

입었던거같다 .머리는 웨이브가 이마에 흘러 내려왔고 키는 약간 작아보였으나 어깨가 딱 벌어진 

좀 당당해 뵈는 그런 체구다.

삼청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언뜻 아카시아향을 맡은 기억이 난다. 

난 아무부담 없이 그와의 하루를 즐겼다. 그도 유쾌한듯 연신 웃어대며 즐거워보였고, 우린 저녁식사까지

함께 하곤 그는 뭔가 뜸을 들이며 내 눈치를 살핀다.

식사후에 자리를 옮기자며 어느 벤치로 간거같다.벤치에 앉아서 그는 대뜸 결혼 하자고 프러포즈를 한다

깜짝 놀라며 나는 아직 어려서 결혼생각이 없노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 처녀시절의 황금기를 만끽하고 싶노라고. 그리고 결혼 이라는 일생일대의 가장 중차대 한일인데 그리 쉽게

결정할수있는 일이 아닌거같다는 말도 해주었다.

그의 얼굴은 당황하여 붉어지고 어찌할바를 모르며 난감해하는 모습이 확연하였지만 난 오늘의 데이트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걸 확인 시켜주기 위해서 였다.

그 한테 오늘 데이트는 아주 즐거웠노라 말해주며 헤어졌다

 

기숙사에 돌아와, 친구들의 잔뜩 호기심 어린 질문에 그날 있었던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얘기해주며

그의 흉을 보기시작했다

뒤통수는 아주 납작하고,엉덩이는 바가지를 엎어놓은것처럼 불룩하고, 또 무슨 흉을 더 봤는데 지금은 잊었다

내 딴엔 마음에 안드는 몇가지를 쭈욱 늘어놨는데도 친구들은 나를 부추킨다.그만하면 수준급이라나?

더 만나 보라고.

 

그 데이트가 50년전의 일이다

아이 셋을 키우며 이남자와 결혼하길 참 잘했구나 생각하면서

세월은 잘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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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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