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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이난순2022.01.08 17:19조회 수 3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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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미국에 와서보니 사람들은 말한다 

산에가면 고사리도 따고, 송이버섯도 캐고,또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농장에 가서

고추도 따 온다고.

미국에 온 다음해에 아는 친구가 고사리를 뜯으러 가자하여 신이나서 쫒아갔다.

록키 마운틴엔 고사리가 지천이었다

고사리 뜯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면서 뜯고, 또 뜯으니 양이 엄청 많아져 운반하는게 문제였다.

산언덕에서 차있는곳까지.

자루에 가득 담긴 고사리는 어찌나 무거웠던지 들수가 없을 정도여서 남편과 둘이서 들고 간신히

내려오다 경사진 언덕 이용해 굴리기도하니, 이걸보고 함께간 친구 남편이 깜짝 놀란다

그렇게 굴리면 보드라운 고사리가 다 망가진다고.

마지막엔 자기네것 모두 옮긴후 우리를 도와주어 좀 수월하였다.

 

먹을 만큼만 욕심내지않고 따 왔으면 좋았으련만 한국에서의 산나물 뜯으러 가서 고사리 보면 귀하게

생각하며 꺾던걸 기억하고는 너무나 흥분하여 마냥 그 예쁘게 올라오는 아기손같은 보드라운

고사리에 미쳐있었다

 

그 후로는 다시는 고사리 꺾으러 산엘 가지 않았다. 대신 돈을주고 사서 육개장을 만들어

먹으며 위안을 삼았다.

 

허나 송이버섯을 따러는 꼭 가보고 싶어 몇년동안을 노래했다

근데 ,사람들은 송이버섯을 캐러 갈때는 누구와함께동행하는걸 꺼려 한다고 한다.

해마다 조금씩 사서 맛보면서 그래도 송이 캐러 가보는 꿈은 여전했다

 

2021년 여름, 코로나로 자유롭진 못하지만 우연찮게 알게된 친구 한테서

드디어 송이를 따러 가자는 전화가 왔다.

새벽 5시30분에 일찍 만나야 한단다

전날밤에 설레어 잠을 이룰수가 없다

드디어 록키 마운틴의 송이를 만날수있을거란 생각에.

새벽 2시가 넘고,3시가 지나고.....

어둔밤에 밤눈 어두운 남편은 조심 조심 운전하여 약속장소 까지 태워다 주었다.

 

새벽 공기는 약간 서늘하고,숲의 기운은 무어랄까 나를 흡입 하려는듯 발길이 저절로

내딛어진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도열한 숲을, 또 회색빛으로 죽어 쓰러진 나무들이 잔뜩 널부러진

장애물을 넘으며 송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산을 헤매었다

허나 ,송이는 헤매인다고 찾아지는게 아니었다.

함께간 친구가 불러제낀다. 그렇게 앞으로 내닫기만 하면 송이를 찾을수 없는거라면서 송이 있느곳을 

가리킨다. 허나 나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 친구한테 의아하게 쳐다만 보았다.

친구의 손가락끝에 땅이 볼록하니 솟아있질 않는가!

친구의 손이 조심스러이 땅을 헤집어 하얀 버섯 머리가 보이게 한다. 그런다음 가지고간 기구를 

이용하여 깊숙히 땅을 들어 올리니 버섯 기둥에 흙이 뭍은채로 딸려나온다.

코끝에 송이향이 짙게 풍기며 .하얀 속살로 다가오는 송이는 나를 아련케 한다

몇년을 벼르고 별러서 만나는 송이버섯과의 만남은 두근거림으로 요동친다.

 

혼자서 송이를 알아차려 보기로한다

이젠 허리를 아주 낮추어 꼼꼼히 들여다보며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어떤 곳에선 땅트임으로

금이가서 밑에서 부터 솟아오르는 기운을 알아차려야만 송이와 만나는거였다

또 어떤 곳에선 운좋게도 송이 가족들을 함께 만나는 행운이 따르기도.

볼록이 솟아난 흙더미가 여기도, 저기도 또 그옆에도 나를 기다려 설레고도 또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버섯을 딴다고 하기보단 캔다는 말이 더 가까울수도 있다.나는 그걸 모르고서 버섯이 땅위로 솟아난것으로

생각하고 처음엔 하얀 버섯이 눈에 않보여 그렇게나 앞으로 내닫기만 했던것이다

 

등에 짊어진 배낭에선 계속 송이향으로 나를 감싸주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나를 꿈길에서 걷고 있느게

아닐까 하는 의혹도 온다. 송이의 무게감이 나를 현실로 데려온다

 

2021년 여름이 행복하다

콜로라도 록키마운틴의 송이버섯과 시원한 산바람이, 숲의 기운이 내 마음속에 큰 자산으로 영원히 

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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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만남 길 위에 음표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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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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