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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화 밭

이난순2022.01.04 15:36조회 수 6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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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화 밭

 

십리길

학교에서 돌아오면

배가고파 간식거리 찾느라

여기저기 들쑤시다

바깥으로 내닫는다

 

집뒤 목화밭에

잔뜩달린 목화열매

너무 영근 열매는 피하고

적당히 여린놈 골라잡아

껍질벗겨 입에 넣으면

아, 달고도 촉촉히 맛있는 섬유질.

 

어른들 볼세라

빠른 손놀림으로 여러개 따 먹고

입을 싹 씻는다

 

어느덧

밭엔 하얗게 피어난 목화꽃

어머니는 언니들과 광주리에

하얀 솜꽃을 따 낸다

보글 보글 꽃 떼어 내면

단단한 꽃방들 비어진채로

또 꽃모양이다

 

동심의 나는

어머니를 돕기는 커녕

하얀 목화꽃에

꽃을 토해낸 깍지꽃에

정신이 팔려있고....

 

일손 부족한 어머니는

환한 가을달밤 의지해서도

손가락에 물집 잡히는 줄도 모른채

목화밭에서 구슬땀 흘리며

딸들 데리고 목화대를 뽑는다

 

모아진 목화는 

햇볕샤워를 통해 말려지고

종래에는

솜틀집에서

까만씨를 뱉어내며

포근한 솜으로 변신한다

 

하얀 수건 머리에 쓰고

켜켜이 솜 이어붙여

시집갈 큰딸 혼수이불 만드시는

어머니의 얼굴엔

훈훈한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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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귀 되어 종이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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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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