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하브라의 봄
김 수린
미역국이 맛있네
수저를 내려놓는 딸의 입꼬리에
잠시 맴돌다 사라지는 미소
마주한 젖은 눈동자에 담겨있는
요람속의 작고 작은 귀한 생명
칠삭도 못 채우고 세상에 나와
탯줄 대신 산소 줄에 매달려서
마른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
갓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출산집의 숨 죽인 적막함에 떠밀려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딸을
돌려 세워 대문을 나섰다.
서늘한 저녁 공기는
헝클어진 마음을 달래는듯 부드럽고
언덕 아래 지평선에
아슬히 남아있는 진홍빛 노을이
그늘진 얼굴을 어루만지듯이 비추는데
바람에 실려오는
하얀 재스민 꽂향기는
안아보지 못한 아기 살 내음 처럼 달콤하다.
. 라 하브라- 캘리포니아
나성 인근의 도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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