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차고에서 집안으로 들어서면 주방이고 반대쪽의 부엌 문을 열면 뒤뜰의 덱이 나온다. 지은 지 오래되어서 인지 아니면 시간의 연륜에 집 구조도 힘이 빠졌는지 빈틈이 많다. 그 틈으로 개미들이 지주 등장한다. 달곰한 수박을 먹고 나면 개미군단이 일렬로 행진을 해 온다.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눌러만 줘도 저세상으로 가는 생물체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무리수에는 난감하다. 마트에서 약을 사다 뿌리고 유튜브에서 좋다는 처방을 해 보아도 소용이 없다. 최선의 방법은 전문 터마이트 업체에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금융시장의 개미가 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모 회사의 코인을 상장하는데 유리한 가격으로 한정된 수량을 받을 수 있다는 동생의 희소식을 받고 소액을 투자했다. 코인보다 몇십 년을 앞선 주식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장수 시대를 대비해서 자산을 늘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부터 투자를 해오고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인지도가 높은 거래소의 웹 사이트를 다운받고 현재로는 가장 큰 액수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하나를 몇 분의 일로 쪼개서 샀다. 구글과 유튜브를 통해서 전문가들과 거래자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황금알을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인생의 제 일 막이 끝난 시점에서 돈에 눈을 뜬 것은 한참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포기할 수 없는 욕망과 미련함을 안고 가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이십 대는 사회초년생으로 좋은 직장을 구해보려고 힘들었던 기억뿐인데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투자자인 요즘의 이 삼십 대는 아직도 머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수십 억을 하루 단위로 사고팔고 한다. 금융시장에서 그들이 나의 선생이 되어버렸다. 인생을 거꾸로 사는 듯하다. 그들의 조언에 위안도 되었다가 불안하기도 하고 작은 손해를 보고 손절매하고 나올까 하다가도 장기 투자하면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붙잡고 있다
뉴스에서 들어왔던 큰 손들의 주가 조작으로 소액투자자들만 돈을 잃게 되는 악순환이 코인 시장이라고 없을까. 하루에도 셀 수 없는 가격변동은 분명 누군가의 아니면 어떤 집단의 인위적 조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했던가. 고래들의 시세 조작은 나 같은 개미들의 숨통을 막히게 한다
개미와 고래가 상대되는가. 우선 몸의 크기와 수명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래도 먹이를 찾아 도전하는 수많은 개미가 있다. 고래는 점점 줄어들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을 정도지만 개미의 인구는 약 천조에서 일 경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 개미도 인간 고래들에게 위험한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제어할 힘이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고래들의 포식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개미들이 투합하면 고래도 힘을 못 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고민이다. 또다시 주방에 개미가 나타나면 어찌할까. 개미군단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데 같은 편을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선두에 서서 먹이를 보여주고 주방 밖으로 인도해야겠다. 개미가 되고 보니 개미 신세를 이해하게 되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