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세인트 스테판 성당에서
촛불 하나 밝히고 소원을 빌었다
급히 볼일을 봐야 하는데
지하실에 해골은 가득해도
거룩한 성당 안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벨베데레 궁전 앞 마당에서 비엔나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는 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교회 안으로 비발디 연주를 들으러 갔다
시작 전,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건물 안에 WC가 없었다
두어 시간 참다가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달렸다.
여자 화장실 앞에서 남자 청소원이 돈을 내라고 한다
지갑을 열어 오십센트를 건네주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변기통에 앉을 곳이 없었다
엉거주춤 볼일을 보았다
이것도 좌변기라고 돈을 받는지
서둘러 밖으로 나왔는데
서양여자가 아빠에게 빨리 돈을 달라며 외친다.
팬티가 젖을 것 같다고
돈이 없으면 소변도 볼 수 없는 이상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와 관광을 한다
혼자서 투덜대고 있는데
딸이 내 발쪽을 보더니 눈이 동그레졌다
신발에 오줌을 지렸나 들여다보니
오십 유로와 오 유로, 두 장이 겹쳐 있었다
유료 화장실에 불만이었는데
이주동안 지불한 사용료를 온전히 돌려받았다
현지인에게 돈이 없으면 배설도 못하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화장실 관리에 드는 비용을 누가 내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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