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자만 왜 면도를 하지
이십 대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해
면도를 하지 않았다
삼십 대
지방에서 동경으로 유학 온 일본 여대생
거울을 보며 얼굴면도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유독 뽀얀 얼굴이 그 때문이었을까
사십 대
친구가 말하는 입 주위의 잔털
뽑다가 번거로워 면도했다
오십 대
짐에 가서 운동하자니
굵고 검은 겨드랑이털이 거스른다
그래 밀자 다리털도 함께
육십 대
눈썹에 흰머리가 나타났다
타인의 흰 눈썹은 무덤덤했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상실감이 몰려온다
한둘 뽑다가 밀어내고 염색을 한다
그날이 왔다
남편이 묻는다 “왜 밀었어?”
‘여기도 흰 머리가 나지 뭐야’
돌덩이를 껴안은 듯 주저앉고 말았다
이십 대 못해본 브라질리언 왁싱이라도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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