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떠난 집 뒷마당으로
양손에 장비를 들고 사뿐사뿐 들어갔다
빈집에 지킴이가
튼실한 열매를 달고 있다
시식하는 다람쥐가 얄미워
쇠못을 박아 갑옷을 입힌 옛 주인
몸통을 밟고 오르는 다람쥐의 발바닥도
숯처럼 탔으리라
인고의 열매를 맺은 가엾은 대추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바로 너였구나
동정과 욕심이 뒤섞이고
비닐봉지 하나 가득 담고도
신들린 무당처럼 쉬지 않고 갈고리로 훑었다
양심도 묻은 채
너의 절규를 외면했고
너의 전부는 나의 모든 것처럼
이웃에게 나눠주며 알량한 선심도 썼다
너와 다시 만난 날
쥐파먹은 꼬락서니만 아니었어도
홀가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새주인은 갑옷을 풀어주었지만
웃자란 가지와 잎을 마구 잘랐구나
무분별한 관계의 희생자여
너의 열매를 누구에게 주고 싶니
옛 주인, 다람쥐, 서리하는 나, 새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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