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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입은 대추나무

이경화2019.07.28 15:40조회 수 15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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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이 떠난  뒷마당으로

 

양손에 장비를 들고 사뿐사뿐 들어갔다

 

빈집에 지킴이가

 

튼실한 열매를 달고 있다

 

 

 

시식하는 다람쥐가 얄미워

 

쇠못을 박아 갑옷을 입힌 옛 주인

 

몸통을 밟고 오르는 다람쥐의 발바닥도

 

숯처럼 탔으리라

 

 

 

인고의 열매를 맺은 가엾은 대추나무

 

십자가에  박힌 예수가 바로 너였구나

 

동정과 욕심이 뒤섞이고

비닐봉지 하나 가득 담고도

신들린 무당처럼 쉬지 않고 갈고리로 훑었다

 

양심도 묻은 채

너의 절규를 외면했고

너의 전부는 나의 모든 것처럼

이웃에게 나눠주며 알량한 선심도 썼다

 

너와 다시 만난 날

쥐파먹은 꼬락서니만 아니었어도

홀가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새주인은 갑옷을 풀어주었지만

웃자란 가지와 잎을 마구 잘랐구나

 

무분별한 관계의 희생자여

너의 열매를 누구에게 주고 싶니

옛 주인, 다람쥐, 서리하는 나, 새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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