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에서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채 발로 물을 내리고 있는 어떤 여성의 뒷모습을 보았다. 나는 언제나 손을 사용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발을 쭉 뻗어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씻더니 탈의실로 나가는 문을 엉덩이로 밀면서 전혀 손을 쓰지 않았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공중화장실은 여기저기 세균들이 많아서 위생상 청결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보아하니 어느 왕족의 자녀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금수저 물고 나온 인물로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만 생각하며 유난을 떠는 모습에 해도 너무한다는 독백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 변기통에 소변이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남들과 같이 사용하니까 더럽다고 생각했는지 변기통을 밟고 앉아 볼일을 본 모양이다.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는 뒷마당에 있는 변소에서 똥지게를 지고 나와 앞마당 채소밭에 거름을 주었다. 상추, 고추, 오이, 깻잎, 호박 등, 웬만한 채소는 전부 거름을 먹고 자랐다. 여름날은 더워서 마루에서 밥상을 길게 펴고 온 가족이 먹었는데 거름 냄새가 지독했어도 병들어 죽지 않고 우리 형제는 튼튼하게 자랐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위생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물론 주방이 더러운 식당보다는 청결한 주방이 있는 깨끗한 식당을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깔끔떠는 인간들을 보면 심기가 불편해진다. 세바시에서 말씀하셨던 강연자처럼 자신이 싼 똥을 냉동실에 얼려 놓고 먹으라는 궤변 같은 소리는 아니더라도 좋은 음식 골라 먹고 자신의 몸속에서 나오는 배변인데 무슨 전염물질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지만,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인분을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대변을 잘 말려서 만든 야인건수는 세종대왕도 해열제로 먹었으며 대변이 막혀서 목숨이 위험했던 중종도 야인건수를 달여 먹어 좋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을 포함한 네덜란드에서는 대변을 저장하는 은행을 운영 중이다.
좋은 대변을 냉동 보관을 했다가 사용하기 한 시간 전에 해동해서 사용하는 데 실제로 큰 통증을 느끼며 설사를 하루 열 번 이상 하는 남자가 장에 건강한 변을 이식을 받는 치료를 통해 병이 완치됐다. 건강한 대변은 좋은 미생물을 만들고 대장 질환에 효과가 있다. 건강한 대변이란 항생제도 복용하지 않고 외국 여행도 없고 바이러스도 없어야 한다. 미국은 돈을 받고 구입하고 네덜란드는 기증자에게 주는 대가는 없다. 건강한 똥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고 약 오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세바시에서 강연하셨던 분의 말씀이 궤변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변을 보고 나서 감상을 한다. 잘생긴 똥이 나왔는지, 때깔은 고운지, 반죽은 적당한지, 향기는 어떤지. 그렇지만 가장 기분 좋은 날은 변을 보고 나서 뒤를 닦았는데 휴지에 묻은 게 눈곱만큼도 없는 날이다. 개똥도 약에 쓸려고 하면 없다는 옛말처럼 피트니스에서 만난 그녀에게 똥 못 눠서 죽을병에 걸려야 정신차리겠냐고 따끔하게 일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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