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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하다

이난순2024.11.28 13:00조회 수 57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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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던 문 열린다

신발장

손끝에서 전해지는 설렌 숨소리

정강이 까지 훈훈해지는 외출

 

첫눈을 만나는 발자국

깊이 파이는 요철 위로 금세 덮이는 송이들

모이고 싶은지 흰 촉수로 더듬는다

잎 떨궈진 나뭇가지 지난밤부터 살 올라

뽀얗게 겨울 피어났다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앉은 허공

하얀꽃 슬어내느라 바쁘고

 

부츠, 병원 들어서는데 한가하다

처음 있는 일

눈 쏟아지는 날엔 아픈 상처들도 위로받는가보다

 

낮은 곳 앞지르는 높은 숫자들 170/90

 

병원 유리문 매달려 들여다보는 눈 눈

하얀 까운 들어서자 급히 달아난다

진찰 의자에 붙잡힐까 봐

 

부츠, 혼자 웃느라 코 뿌리가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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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먼저 보면 숨겨진 씨앗-B T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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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하얀 눈길을 걷고 싶은 신발장에 갇혀있던 부츠

    履歷이란 걸어온 삶의 궤적, 

    눈이 쌓인 겨울 한 때 젊고 날씬한 여인과의 화려한 외출을 회상하는가 

    삶의 무게가 가벼운 듯 기분이 들뜬 모양

    부츠가 리드하는지  그 반대이든 동행은 아름다운 반대급부 

     

    내 신발장 안에도 고단한 나의 이력서 한 켤레가 쉬고 있다

    주름 가득 낡은 구두가 긴장의 끈을 풀고 실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느슨한 인연의 끈을  차마 놓지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는 

    동병상련의 늙은이를 

     

     

  • 석촌님께
    이난순글쓴이
    2024.12.11 19:12 댓글추천 0비추천 0

    한편의 시로 답글 읽습니다

    '신발장 안의 이력서'

    멋지십니다!

    조금만 더 붙이셔서 본가에 올려 주시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 같습니다!!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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