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12월 모임은 시든 수필이든 작품 한 점 들고 가는 수고도 없이 푸짐한 상품과 음식들을 앞에 놓고 여흥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홍 부장의 진행으로 퀴즈 문제 풀기가 시작이 되었고 답을 맞춘 사람에게 상품이 하나씩 돌아갔다. 남들은 대답도 잘하건만 나하고 왼쪽에 앉은 뉴욕커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어리벙벙하여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회장님은 ” 생각 안 할래요”라며 토라지니 순발력에 재치를 타고 난 천재가 “ 누룽지 안 먹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게 낫다고 훈수를 들었다.
술과 음악, 춤도 없이 이렇게 잘 노는건 아마도 문학적 감각이 아닐까 싶다. 신이 내린 성수형은 거침없이 정답만 때리고 산처럼 쌓아 올린 상품을 맛있는 도토리 묵을 만들어 준 아내에게 함박웃음으로 바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음식 솜씨가 서툴지만 정성 들여 새우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살짝 내 옆으로 다가와 요리를 해 주던 남편의 고마움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오른쪽에 앉은 천재는 카록을 해가며 훈수도둬가며 정답을 혼자 맞히기가 짜증이 난다며 몇 번이나 귀띔을 해주는데도 매번 오답하는 내 머리는 뭔지 모르겠다. 사회자가 가장 무시무시한 비빔밥이 뭐냐라는 질문에 나는 생체 비빔밥이라고 답했더니 천재가 정답을 알려줘도 답을 못한다며 귀까지 먹었나고 구박했다. 나는 생체실험을 생각했지만, 정답은 산채 비빔밥이었다. '야 천재야, 밤일하듯이 소곤대니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똑 부러지게 말해주지 않고 지청구야!'
어려운 퀴즈 문제는 끝났고 행운의 추첨 시간이 돌아왔다. 첫 시작은 회장님의 추첨이었다. 애교 만점의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호명 자가 하필이면 내 이름이었다. 답은 못해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커서 제일 큰 상품인 55인치 텔레비젼을 받고 싶었는데 지질한 상품이 걸리니 나도 모르게 '노'를 외치고 말았다. 물욕에 어두워 사랑한다는 마음을 거부하는 못난이가 돼버렸다. 그러나 농담으로 했던 행동이었으니 그리 무거운 마음도 없었다. 재치있는 사회자가 나보고 복수를 하라며 추첨권을 주기에 나를 구박했던 못생겼는데도 예쁜 천재 이름을 뽑으려고 쇼를 했더니 오늘로 우리 사이 끝났다고 선포르 내렸다. 나도 질세라 남자회원들이 자리한 테이블로 다가가 여기 형님들과 남자들처럼 놀 테니 걱정 말라고 응수를 했지만 지금 천재는 어머님의 중병으로 마음이 아플 텐데 너무 심하게 찔러댔나 싶어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무척 미안했다. 그래도 웃자고 내던진 말이었으니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행운의 당첨자는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던 모세 형에게 돌아갔다. 사회자의 명언으로 송년 모임은 끝났다. 잘 하는 놈, 열심히 하는 놈보다 행운이 있는 놈에게는 당할 수 없다고......
송년회는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알 필요도 없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무리이며 다가올 또 한 해의 시작이 되는 시점에서 굳어진 맘과 몸을 풀어 재충전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반성, 참회, 봉사, 나눔도 좋지만 무거운 인생살이 하루 정도는 가면 벗고 짐승처럼 멋대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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