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받은 지겨운 교육도 모자라서 다시 서양 교육을 받고 있다. 딸은 사감 선생님처럼 따갑게 일침을 가한다.
"엄마, 음식을 먹을 때는 소리를 내지 말아요."
'한국 음식은 소리를 안 낼 수가 없어. 국이랑 찌개랑 나물이랑 어떻게 소리를 안 내고 먹니?'
"엄마, 입을 꼭 다물고 먹어 봐."
입 다물고 상추쌈을 어떻게 먹지.
“엄마 음식을 먹을 때 쩝쩝 소리 내지 말고 먹어.”
억지로 닫은 입속에 물린 음식들이 서로 부딪칠 텐데 어쩌지.
"엄마, 트림했으면 SORRY를 해야지."
'이런, 자연 현상을 어떻게 막니? 너 똥 누고 냄새난다고 sorry 할래?'
딸의 제일 친한 친구가 한때는 흑인이었다.
' 왜 하필이면 검둥이니?'
"엄마 그건 인종차별이야."
'그래 내가 잘못했다.'
영어가 자신 없어 항상 딸에게 사전 점검을 받고서야 텍스트를 보내는데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가수 자쉬 그로반에게 사랑 편지를 보내려 했더니 딸이 말린다.
"엄마, 그 가수는 엄청 젊어.”
한 물간 비틀스를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저 자신은 모르나 보다. 몇 년 전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애틀랜타에 와서 딸의 요청으로 함께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젊은 미국여인이 “폴, 나랑 결혼해 줘” 라며 질리도록 외치더구먼. 내 나이가 어때서?
슬슬 엄마 행세하는 딸이 밉기도 하고 심통이 발하여 날을 잡아 동양 교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딸애가 커가면서 서양 교육을 받고 자라는 것이 염려되기도 했다. 너무 자유가 많기 때문이다.
'딸아, 너는 적어도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남자애하고 키스해서는 안 된다.'
"엄마, 지금이 몇 세기예요? 안 되요. 나 14살이 되면 키스할래요."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깜짝 놀랐지만 씩씩거리는 딸을 진정시키려고 내던진 말은 '서양 교육은 엄청 빠르구나!'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