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팔 걷어붙인 그날은
바람도 귀때기에서 시려웠다
무청 잡은 손에
매끈한 몸체 선뜻 보여주니
가을 아직인가 보다
흰 몸에 황토 묻은 무
손톱으로 겉껍질 배 돌게 벗겨낼 수 있을까
연한 살 한 입 베어 물면
거기
유년의 무 서리가 튀어 나오겠지
뒤꼍에 항아리 두어 개 준비해 두고
무를 씻는다
무청 달린 채 굵은 소금 옷 입혀
차곡차곡 항아리 담으며
노랗게 익어갈 시간 읽는다
쪽파 고추 청각 생강 마늘
그리고 사과 배도
동치미 국물에 배어들기 바라며
연탄가스에 답답했던 가슴
방문 박차고 튀어나왔던 밤
주인집 아주머니의 동치미 사발에
살아났던 자취생
살얼음에 우러날 손 맛
항아리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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