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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잎 파스

이난순2024.10.26 18:48조회 수 528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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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 한쪽 논

허리 굽은 부부

회색빛으로 누워있는 벼 눈도 못 맞춘다

 

태풍의 일기예보 온몸으로 버티다

우산살 다 부러진 

다락논 농부

 

삭아진 볏단 한 웅큼씩 

몇 해 전 보낸 막내딸 아이 숨소리 밟히는 듯

 

부르튼 손  잠깐씩 허리펴며

낫질 하다보면

금새 부부 등에 비치는 석양 

붉다가 스러지다가

 

건너편 논에선 일 끝내고

볏섬 옮겨 담은 트럭

먼지 일으키며 하우스로 달리는데

 

논두렁 늘어선 두렁콩들

넓은콩잎  햇볕 담아

부부 허리에 붙여주며 가만히 속삭인다

 

날 어두워지니

이제 그만 하라고

 

노란 가을 베어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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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이 꽃 술 도가엔 술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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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노란 가을 베어 내고 싶었는데'

     

    가을 걷이하다보니 내 늙은 허리가 베어나간듯한데,

    까칠한 콩잎에 걸려든 따끈따끈한 햇살 파스를 붙이면 나을라나ㅎ

  • 석촌님께
    이난순글쓴이
    2024.11.14 06: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친구들과 가을 여행 나섰다가 한 풍경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들판이 노래지는 가을이 너무 좋아서 그 때 쯤이면

    어디론 가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하지요 ㅎ ㅎ

    농촌에서 자란 촌티를 못 벗어나는 거 겠지요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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