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옆 한쪽 논
허리 굽은 부부,
회색빛으로 누워있는 벼 눈도 못 맞춘다
태풍의 일기예보 온몸으로 버티다
우산살 다 부러진
다락논 농부
삭아진 볏단 한 웅큼씩
몇 해 전 보낸 막내딸 아이 숨소리 밟히는 듯
부르튼 손 잠깐씩 허리펴며
낫질 하다보면
금새 부부 등에 비치는 석양
붉다가 스러지다가
건너편 논에선 일 끝내고
볏섬 옮겨 담은 트럭
먼지 일으키며 하우스로 달리는데
논두렁 늘어선 두렁콩들
넓은콩잎 햇볕 담아
부부 허리에 붙여주며 가만히 속삭인다
날 어두워지니
이제 그만 하라고
노란 가을 베어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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