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이경화
며칠 사이 관심 뉴스로 떠오른 사건 중의 하나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다. 지금까지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막장 드라마에 몇백 시간을 뺏겼는지 서서히 진력이 날 즈음인데 막장 드라마가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법무부 정책기획검사였던 안태근이 서지현 검사 옆에 앉아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 쓰다듬기를 상당 시간을 했다고 고백하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즉각 대응할 수 없었고 마치 환각인가 생각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끝장 드라마를 연출한 안태근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놈을 수행하는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기사에 실린 글 인용)
그 후 간부들과 여검사들과 상담도 하였지만, 사과를 하도록 해 주겠다던 간부는 모르쇠로 대답이 돌아왔고 부당한 사무감사와 불이익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오히려 잘 나가는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소리가 나돌았다니 성추행에 더해 이차 삼차의 추가 폭력에 피해자는 억울함을 팔 년 동안 어떻게 참아냈을까 .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성폭행과 성추행, 그리고 성희롱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미국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30여 년에 걸친 상습 성폭력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유독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오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남성우위 사상과 여성을 우습게 보는 윗사람들의 몰상식을 우리는 묻고 따져야 한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권력을 가진 자, 직위가 높은 자, 가진 것이 많은 자로 보통사람들 보다 윗사람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는 옛말은 사실과 다르다. 아래 사람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는 윗물을 막기 위해 자신의 불이익과 수치심도 참아내며 수 십년을 고통 속에 살아 오지 않았는가. 윗사람을 존경하고 받들고 섬기는 시대는 끝났다. 그들이 살아온 길을 더듬어 보라. 말로만 떠드는 속 없는 인간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기죽어 살 이유가 없다.
때로는 자기희생을 각오하고라도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부패를 더 부패하게 만들고 악을 더욱 악화시킨다.
서지현 검사는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조직의 개혁은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2.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그 피해를 당한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서지현 검사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휩싸였다고 했으며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아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한다.
막장 드라마 주인공 안태근은 돈봉투만찬으로 면직을 당했지만, 대형 교회에서 이렇게 간증했다 “찬송과 기도로 하나님을 영접하고, 눈물로써 지난날을 회개한다”면서 자신은 깨끗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 지현 검사는 “용서와 회개는 하나님이 아닌,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라고 응답했다. (JTBC 인터뷰에서)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언제부턴가 죄를 고백하는 간증과 회개라는 형식마저 대형교회의 힘을 빌고, 대형교회는 이를 또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아왔다는 의구심이 이미 팽배한바,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곳이 일부 한국 대형교회의 참담함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라며 “신앙을 가진 이들은 자괴감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주위에도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경험한 어느 모임의 회장 갑질이 생각나 막장 드라마가 보기 싫어지는 지친 날들인데 벌써 후속 편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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