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개와 고양이
이경화
"집 나간 개와 고양이를 찾고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야드세일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그런 문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주인인 당신, 양심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봐. 밥은 제때 주었나, 기분 나쁘다고 개나 고양이 발로 차고 밀어버리지는 않았나, 새로 사온 아끼는 신발 물어뜯었다고 벌 세우지는 않았나 하고 말이야. 개와 고양이 놈들도 다 사람들처럼 감정 있고 눈치까지 있다는 것 몰랐지.
애완동물 박사님이 말했어. 개나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 건 길을 잃고 헤매는게 아니고 집주인이 싫어서 아예 떠나버린 거라고. 나도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와 벌써 십 년 이상 동거하면서 관찰하고 지켜보았지. 예쁘다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장난감 인형처럼 자신이 예쁠 땐 끼고 돌다가 기분 상하고 싫어지면 걷어차고 밀어내고 벌주고 구박하면 안 되지. 개와 고양이도 열받아 가출을 해 버리지. 이미 사랑이 끝난 걸 그들도 알거든.
우리 집 고양이 데이지를 데리고 조지아에서 워싱턴디씨까지 가족여행을 떠났지. 차에 태우는 순간부터 발악을 하는 거야. 그 어린 나이에도 생판 모르는 우리 집으로 입양 오던 날이 생각났던지 또 그렇게 저를 어디론가 보내려 한다고 느꼈는지 온종일 차로 달렸는데도 구석에 처박혀 나오지를 않고 물 한 모금 식사 한 끼 하지도 않았어. 바깥구경 하라고 안으려 하면 차 구석으로 더 깊숙이 숨어드는 거야. 참 슬펐어.
사람처럼 고양이도 사회적응이 빠르더군. 데이지가 바깥구경을 경험하고 나서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려고만 해. 우리가 잠시 문을 여는 순간 튀어 나가는 거야. 외박을 하고 돌아와 다시 자기 방으로 넣어 달라고 남편 곁을 떠나지 않아. 마음 약한 남편은 바람난 데이지를 안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지. 예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데이지의 행동이 괘씸했지만 그래도 우리와 사랑을 느끼는지 애원하는 모습에 나도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어. 애굿은 타올로 팔 다리를 힘껏 닦아주면서 하루 근신명령을 내렸는데 어느새 남편의 무릎에서 잠이 들었어.
이런 일도 있었어. 순둥이를 태우고 가까운 가게에 볼일을 보러 갔었지. 바깥 경험이 없는 순둥이는 자신을 버리러 가는 줄 알고 가게 앞에서 튀고 말았어. 적어도 10분 정도는 차로 달렸던 거리인데 말이지. 공연히 데려갔다 싶어 나의 실책을 인정하며 괴로워했어. 지금쯤 길을 헤매며 방황하고 있을 순둥이를 생각하면서 . 그런데 다음날 순둥이가 다시 우리 집에 나타난 거야.그것을 보고 알았지. 개나 고양이도 기억력이 있어 자기 집이 어딘지는 알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청소년 가출 한 번 생각해 봤어. 생활능력도 없는 어린것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왜 떠나야 하겠어. 오죽 부모가 천대했으면 등지고 사라지겠느냐고. 돈도 없이 먹고 잘 곳도 마땅히 없는데도 말이지. 인간이나 동물이나 홀대받으면 서럽긴 마찬가지지.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찾는다는 사람들을 보면 난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져. 어떤 사람들이기에 가출을 시키나 하고. 그리고 말하고 싶어져. 개나 고양이도 자신을 의탁할 사람들을 알아서 선택한다는 것을. 그리고 외치고 싶어져. 개나 고양이보다 못한 마음을 회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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