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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도가엔 술이없다

이난순2024.10.13 06:47조회 수 58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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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술 항아리 속엔 소리 있다

 

 

고두밥 멍석에 펼쳐 식히고

누룩  손 바닥으로 문지르다 보면

술의 시작

 

 

곁에서 구경하다 취해버리지

 

 

술래 따돌리고 숨어든 골방 술 항아리 옆엔

아이의 초조한 숨소리도 함께 익어가지

 

보르륵 술 괴는 소리

방울방울 처마 밑 빗방울 떠 오르듯

항아리엔 노래가 있다

귀 기울이면

 

 

할머니 술 빚는 손 용수에서 깊고

들논 일하는 일꾼들 목청에서 흘러나오는 신바람 

 

 

술도가에 술 받아오라 심부름 보내지 못하는

코로나 시절

할머니 앞치마엔 술 냄새 배이고

아이는 술밥 쥐어 먹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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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잎 파스 뿌리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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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저의 어린 시절도 오버랩 되어서 더욱 공감이 가네요

    할머니가 손수 만드셨던 먹거리와 방 안 가득한 메주 뜨던 냄새...

    외할머니가 오시면 어머니가 막걸리를 사오라고 하셨어요.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내가 먼저 시음을 했던 기억에 웃음이 나내요.

  • 이경화님께
    이난순글쓴이
    2024.10.23 08:35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름날 도가에서 술 받아오라는 심부름에 무겁기는 하고 덥기도 하고....

    주전자 꼭지에 입을 대고 시원한 한 모금 두 모금 ,집에 닿을 즈음이면 주전자는 가벼워지고

    약간은 알딸딸 흐흐흐

    유년 시절부터 술의 진가를 배운 셈이죠 ㅋㅋ

     

  • 꽃향 천리, 술향 백리, 잘 발효된 詩香 만리

    시 항아리에서 시심을 퍼올리는 시인 님의 숙성된 시

    달력 끄트머리에 달아 놓은 할머니의 외상 값처럼 빚진 마음으로

    잘 발효된 시 한사발 마십니다

  • 석촌님께
    이난순글쓴이
    2024.10.23 08:2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함께 뽀얀 탁주라도 한잔 나눌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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