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삼세번
이경화
알람이 울어대고 있었다. 새벽 6시였다.하루 시작부터 지각하면 일정이 완전히 엉망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전날 밤부터 철저히 계획대로 진행되길 바라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런데 꿈속에서 늦으면 안 된다고 재촉을 하기에 두 세 번 깨어 선잠을 자다 보니 늦잠을 자고 말았다. 이 시간쯤이면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예쁘게 몸단장을 하고 마지막 얼굴 화장을 하며 거울 속에 비친 나를 최종점검해야 했었다. 아침 식사와 얼굴화장 생략, 그리고 머리 꾸미기도 생략했다.
허겁지겁 준비한 옷을 입고 일행을 재촉하며 경제속도를 무시하고 새벽 길을 마구 달렸다. 조금 달리다 보니 이른 새벽부터 교통체증을 알리는 사인 판이 보이고 마음은 조급증으로 쿵쾅거리는데 그 날따라 유난히 경찰차는 자주 보였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간신히 정해진 장소에 약속 시각 1초를 남기고 골인을 했다.
진행요원들은 젊은이들답게 활기찬 몸놀림으로 점검에 나섰다. 우리가 서둘렀던 것도 오늘 행사에 제일 먼저 초대되었기 때문이었다. 6팀으로 나뉘었는데 우리 팀에서 1번 순위로 지명되어 긴장하고 있는데 진행요원이 부탁을 했다. 전원에게 느닷없이 깜빡이 등을 켜고 있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크락숀을 마음껏 눌러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웃 사람들이 소란죄로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눈치를 보다가 옆 팀에서 힘차게 눌러대는 바람에 우리도 얼떨결에 덩달아 신이 나서 빵빵 울렸다. 마치 팡파레가 울려 펴지는 축제같았다.
드디어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예쁜 병아리처럼 보이는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환영한다며 몸짓 손짓도 부족한지 환호성을 내지른다. 새벽부터 열렬히 반겨주는 모습에 감격하여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즐거운 날 눈물을 보이는 내 꼴이 민망해서 해도 뜨지 않는 새벽에 급히 선글라스를 찾았다.
재학생들은 순식간에 우리 차에서 싣고 온 모든 물건을 재빠르게 옮겨 놓기 시작했다. 기숙사 방에 도착하니 이미 배달이 완료되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해 온 생활 필수품들을 무사히 싣고 대학생활 첫날을 맞는 딸과 동행하며 겪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딸과 함께 열심히 방 정리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도 걸러서 힘들었지만 예쁜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흡족해하는 딸을 보니 실웃음이 새어 나왔다.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갔다가 점심까지 시간을 연장하며 딸과 이별을 늦추어 보았지만 몇 시간 연장일뿐 헤어져아 할 시간은 피할 수 없기에 일찍 단념하고 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고 부둥켜안는 순간, 말도 꺼내기 전에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딸도 남편도 울상이 되었다. 이 좋은 날 눈물은 왜 나오는지, 얼른 수습하고 웃기 시작했다.
‘우는 거야 웃는 거야’
알면서 묻는 남편에게 울면서 웃음을 날렸다. 딸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내 가방에 카드 한 장을 넣었다. 언뜻보니까 손수 만든 것 같았다. 당장 뜯어보고 싶었지만 나 홀로 공간에서 차분히 읽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은 아무리 차에 달린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 나에게 배풀어 준 모든 일에 감사해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믿어요. 나도 엄마를 사랑해요. 가끔 엄마에게 화를 낸 것 미안해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엄마에게 감사해요. 좋은 시간 되길 바라고 언제든 내가 생각나면 전화해 주세요.”
눈물도 삼세번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충분하지 했더니 딸이 건네준 카드를 읽고 또 한 번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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