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지
이경화
처음 만난 성경책 가방을 든 여인이
불쑥 집산님이라 부른다.
네. 저 집 샀어요.
데면데면 일상을 논하다가 설교 잘하는 신부님의 CD를 건네주며
‘자맨님, 잘 듣고 소감 들려주세요’.
저는요, 네 자매 중에 셋째입니다.
글방에서는 선생님이고
매매하는 곳에서는 사모님이다.
어떤 날은 아줌씨가 되고
날 선 인간을 만나면 저것이다가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저년이 된다.
남편은 내 이름을 반 토막 내서 경이라 부른다.
똥이 아니길 다행이다.
연세 지긋한 신사분이 이여사라 부르면
내 품격에 맞는지 송구스럽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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