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뭉쳐지기 좋아할 때가 있다
깡통 하나 높이 쳐든 친구 팔에 달라붙는다는 건 신나는 일
그들은 투명한 알집 속 까만 도롱뇽알처럼
나란히 줄지어 호기심 캐러 산에 갔다고
유골로 돌아온 소식
언덕에 억새들 해를 등지고 서 있다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
칡넝쿨이 경계를 허물고 녹색 어둠도 깊다
마을 사람들, 등이 휜 채 밭에서 일하다 마주한 비보
다람쥐가 심어놓은 도토리가 실마리를 찾아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십일 년 하고도 육 개월
닳아빠진 늑골에 한숨으로 들어선 뿌리가
부모 대신 감싸고 있었다
아이들 불러댔던 소리
메아리 속에서 쇳소리만 울렸고
마루 끝 걸터앉은 아버지, 부뚜막에 엎딘 어머니
처마 밑 서까래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동네 사람들, 푸른 귀로 그안의 주파수 흩어지지 않게 칼날 세웠지
그 애들의 교실도
문 열어둔 채 잠그지 못하고 낮이나 밤이나 서성였다
구덩이 파일 때 뿌리들 날카로이 잘린 몸 움츠린 속에
그의 숨소리 기억하였다
은닉의 완성에 취한 목에 감아 줄 뿌리 키우며
아이들 비명 옹이로 담아 살아왔는데
그는 어디 있을까
두개골에 남겨진 상흔 위로
바람이 와서 조문 하고
다섯 아이들 위한 리퀴엠이 천창 스테인드글라스에 닿는다
얼마전 ‘뿌리는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퇴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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