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많은 여자
이경화
K는 직업여성이다. K를 만나려 한다면 선불에 선약이 필수다. K는 직업상 많은 남자를 상대한다. 데스크에서 일하는 리셉션리스트는 자기 맘대로 손님들을 K에게 보낸다. K는 자기 맘에드는 손님들만 골라서 상대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다 K의 영어실력은 아직 어설프다. 첫날 첫 남자 손님은 허연 남에 몸도 제법 쓸 줄 아는 팔팔한 20대였다. K는 요리해야 될 손님을 앞에 놓고 두렵고 긴장이 돼서 심장은 쿵쿵대고 얼굴은 빨간 불덩이로 변하고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돈을 받았으니 45분간은 어떻게든 손님이 만족하도록 K는 자신을 팔아야 했다. 돈을 지급한 남은 태연한데 돈을 받아 챙긴 K는 죽을 맛이었다. 첫 손님에 실패하면 K는 이 직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K의 직장생활은 남자들을 상대하는 경험이 늘어가면서 쉽게 풀려나갔다. 영어실력도 경험 탓인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직업이라 적응이 빨랐다. 이젠 이 세상의 어떤 남자를 K앞에 갖다 놓아도 겁나지 않았다. 요즘은 반대로 K를 찾아온 손님들이 맥을 못 추고 발발 떨었다. K는 자신의 첫 경험을 뼈에 사뭇 치도록 박아 놓고 남자 손님들을 달래야 했다. ‘긴장하지 말아요. 그냥 친구라고 생각해요. 이 자리는 당신을 위한 자리니까 그냥 즐기세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선 심호흡을 해 보세요.’ K의 첫 경험처럼 발발 떨고 있는 남자 손님을 K는 서서히 요리해 나간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오늘 왜 나를 찾아 왔죠? 오늘 나랑 무엇을 하고 싶어요? 경험은 많은가요? 어떤 점이 불만인가요?’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묻는 말과 흡사해서 찾아온 남자 들로부터 의사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게 정보가 입수되면 K가 남자의 쾌락을 위해 진짜 요리에 들어간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심호흡도 시켰겠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음도 풀어줬겠다 다음 단계는 실전밖에 없다. ‘자 본 코스로 들어가기 전에 스트레칭을 좀 해 보세요. 이렇게 나처럼 해 보세요.’ K는 자신의 예쁜 엉덩이를 손님 앞에 쭉 내밀면 남자는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실실 웃기도 하고 갑자기 그것이 지퍼를 향해 문 열어 달라고 난리를 친다. 그래도 K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계속 요리해 나간다. ‘자 이번에는 다리를 이만큼 벌려 보세요.’ 그러면 손님은 더욱 흥분해 버린다. ‘야 , 이 넋나간 남자야. 내가 좋아서 이런 짓 하는 줄 알아. 나도 먹고 살기 위해 당신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를 쓰고 있을 뿐이야. k는 이때 남자의 순결도를 측정해본다. 과감히 쫙 벌려 조금 좁혀야 할 남자가 있는가하면 아직 여자 앞에서 다리도 벌려 보지 못한 남자에게는 ‘더 벌려!’라고 주문을 해야 한다.
그다음부턴 k손은 남자의 가슴에 어깨에 허벅지에 가끔 허리를 못 쓰는 남자에게는 바지 주머니에 얹혀지기도 한다. ‘ 허리를 돌려보세요. 가볍게 그리고 천천히.’ 처음부터 빨리 돌리기를 시키다 허리가 고장 나면 K 책임은 감당할 길이 없으니까. 이젠 허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타이밍을 알려줘야 한다. 너무 빨리 일을 끝내도 안 되고 너무 지연시켜도 안 되니까. 그것도 상반신과 하반신과 조화를 이루어야 요리가 제대로 된다. 어떤 남은 상체만 빠르고 하체는 느리고 어떤 남은 반대이며 어떤 남은 아예 한쪽만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남은 멀쩡한 몸뚱이를 놔두고 팔로만 허우적댄다. ‘몸 전체로 해 보세요. 그러면 효과가 아주 좋아요.’
k의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알아 맞추면 꽁짜로 요리 한 번 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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