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바람 길 열리다

이난순2024.08.27 06:29조회 수 151댓글 0

    • 글자 크기

 

 

무겁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하얗게 지새웠다

혼자만의 무게인 듯

 

 

새벽이 달려오며 내는 소리

철로의 이음새 덜컹거리며, 벽에 걸린 자켓이 흔들린다

 

 

소리 끝으로 창문 열어보니 뿌연 도로 위로 자전거 몇 대

흘러서 사라지고 내 입안은 바짝 말라 있다

물 한 모금 마시려 부엌 문지방 들어 서다 간밤에 꺼내 놓은

연탄재와 맞닥뜨린다

 

 

겨울철이면 앞마당에 던져 져 마당 돋울 일이지만

장마철 누기 지우려 연소된 그것

뽀송하니 분 칠한 듯 하다

 

 

불면의 무게 갑자기 사라지고

토방 끝에 노란 서광 꽃 한 줄기 구멍으로 뛰어든다

 

 

피식, 나도 모르는 웃음이 깔깔한 입에서 튀어나온다

어두운 무게 삭이며 다 내어주다 보니 색 바랜 흰 통로에

서늘한 바람 길도 생기네

 

 

 

 

 

 

 

 

*큰길 도로 가에 누군가 하얀 연탄재 구멍에 꽃 한 송이 꽂아 놓아

이 글을 쓰게되었다

    • 글자 크기
뿌리는 기억한다 (by 이난순) 언니의 손 끝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바람 길 열리다 2024.08.27 151
133 언니의 손 끝 2024.08.24 142
132 맘껏 두드리다 2024.07.11 137
131 안개가 내어준 계단 2024.07.07 140
130 유산 2024.06.26 142
129 사각의 꿈 2024.06.25 207
128 뿌리는 기억하고 있다 2024.06.13 199
127 내가 무를 먹는다는 것 2024.05.29 131
126 의사 아가씨 2024.05.24 189
125 맛의 기억 2024.05.13 146
124 녹색 제물 2024.05.06 204
123 빈 집 2024.04.20 133
122 목이 잘린 장미 2024.04.18 153
121 몰래 숨어든 누렁이 2024.04.16 162
120 손톱 깎기 2024.04.12 156
119 매화 길 위에 피다2 2024.04.02 202
118 섬이 생기다 2024.03.23 169
117 봄 도둑3 2024.03.14 194
116 할머니의 심중4 2024.03.14 182
115 직선에 옷 입히다 2024.03.08 138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