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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손 끝

이난순2024.08.24 03:27조회 수 13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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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나무 곁에서 언니를 보고 있는 노란 국화

뒷뜰 돌확에서 붉은 물고추를 찧고 있는

눈이 매워 재채기 하면서

 

한 쪽 귀 닳아 진 국자가 가끔씩 뒤집어주는 고추 범벅 

 절구 방망이도 붉게 젖었다

부엌 한쪽엔 자배기에 열무 절임이  기다리다 지쳐

모두 엎디어 있고

 

솥에서 갓 꺼낸 감자 돌확 들어갈 차례

 김이 나는 구수한 감자 냄새에 침이 꼴칵

나비 한 마리 기웃거리다 소리에 놀라 휘리릭 날아 오른다

 

열무김치엔 감자 으깨어 곱게 바친 물이 제격이라는 어머니 말씀

오늘 또 김치 풋내를 가리는 언니 손 맛

쪼르르 부엌까지 쫓아와 턱 고이고 열무김치 버무리는 모습에 빠져 든다

넓은 자배기에선 목이 긴 얼갈이 배추 열무 길쭉한 파들

빨간 고추물에 점벙이고

뽀얀 감자국

언니의 부채손에 잘박하게 완성되는 김치

 

작은 항아리 품에 안고 독샘으로 가는 언니

 아랫 샘에 담가두고 돌아서는 발길 사뿐하다

 

 

 

 

 

*자배기:둥글 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돌확      :돌을 우묵하게 파서 절구 모양으로 만든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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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타 중 (by 이난순) 맘껏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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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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