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뿌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난순2024.06.13 10:55조회 수 15댓글 0

    • 글자 크기

 

 

도롱뇽 찾으러 깡통에 웃음소리 채우며

아이들 산으로 올라갔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

~~야  아들아~~~

메아리 속에서 쇳소리 들린다

 

 

마루 끝 걸터 앉은 아버지

부뚜막에 엎딘 어머니

책상 위 손때묻은 책들 입 다문 채 창백하고

처마 밑 서까래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동네 사람들 푸른 귀를 가지고 살아낸다 귀안의 솜털 꼿꼿히 세워

주파수 흐트러지지 않게

와룡산 기슭 촘촘한 수색도 그들을 달래지 못했다

그 애들의 교실

문 열어둔 채 잠그지 못하고 낮이나 밤이나 서성인다

 

 

저수지 바닥까지 훑는 마음은 진흙 빛이었고

술의 힘을 빌어야 아픈 쪽 잠은 머릴 비울 수 있었다

 

 

다람쥐가 심어 논 도토리가 실마리를 찾아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유골로 돌아온 소식

십일 년 하고도 육 개월

닳아빠진 늑골 뼈에 한숨으로 들어선 조우

 

 

뿌리가 부모 대신 감싸고 있었다

구덩이 파여있을 때 삽자루에 날카로이 잘려 혼미하였지만

뿌리들 악마의 숨소리 기억하였다

소년들 뼈 사이 길을 내었다

 

 

범죄의 완성에 취한 그의 목에 감아줄 뿌리 키우며

아이들 비명소리 옹이로 담아 살아왔는데

그는 어디있을까

 

 

성전

천창 스테인드글라스에 소리 가 닿는다

다섯 소년을 위한 하모니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0 체리크릭 파크에서4 2023.07.30 100
129 오늘도 맷돌 보수하러 간다6 2023.11.18 86
128 그녀, 가을되다7 2023.11.26 85
127 변신은 달빛 아래서6 2023.12.15 84
126 빨간 벤치 2022.01.21 78
125 강을 건너다8 2023.07.07 77
124 매미의 기도8 2023.07.26 73
123 그녀의 등5 2023.09.23 71
122 꼬리 밟힌 지능범10 2023.06.03 70
121 길 위에 음표를 그리다4 2023.10.07 65
120 가을 물드는 소리4 2023.09.07 65
119 어느 가을 달밤에6 2023.02.23 64
118 나팔꽃 귀 되어8 2023.06.29 63
117 비 온 뒤엔 황톳길을 걷자 2022.09.17 61
116 뒷뜰 대숲엔 2022.02.16 61
115 목 화 밭 2022.01.04 61
114 한아름 가득 가을 안고 온 친구 2022.10.08 59
113 연보라 가죽신4 2023.06.04 58
112 대숲 그리고 바람과 나 2022.02.20 58
111 종이 비행기 2022.01.23 58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