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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난순2024.06.13 10:55조회 수 1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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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찾으러 깡통에 웃음소리 채우며

아이들 산으로 올라갔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

~~야  아들아~~~

메아리 속에서 쇳소리 들린다

 

 

마루 끝 걸터 앉은 아버지

부뚜막에 엎딘 어머니

책상 위 손때묻은 책들 입 다문 채 창백하고

처마 밑 서까래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동네 사람들 푸른 귀를 가지고 살아낸다 귀안의 솜털 꼿꼿히 세워

주파수 흐트러지지 않게

와룡산 기슭 촘촘한 수색도 그들을 달래지 못했다

그 애들의 교실

문 열어둔 채 잠그지 못하고 낮이나 밤이나 서성인다

 

 

저수지 바닥까지 훑는 마음은 진흙 빛이었고

술의 힘을 빌어야 아픈 쪽 잠은 머릴 비울 수 있었다

 

 

다람쥐가 심어 논 도토리가 실마리를 찾아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유골로 돌아온 소식

십일 년 하고도 육 개월

닳아빠진 늑골 뼈에 한숨으로 들어선 조우

 

 

뿌리가 부모 대신 감싸고 있었다

구덩이 파여있을 때 삽자루에 날카로이 잘려 혼미하였지만

뿌리들 악마의 숨소리 기억하였다

소년들 뼈 사이 길을 내었다

 

 

범죄의 완성에 취한 그의 목에 감아줄 뿌리 키우며

아이들 비명소리 옹이로 담아 살아왔는데

그는 어디있을까

 

 

성전

천창 스테인드글라스에 소리 가 닿는다

다섯 소년을 위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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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를 먹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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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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