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자라는 아이들 하굣길엔
언제나 배가 고팠다
지름길 승주골 들어서면 한적했다
시퍼렇게 망보던 무청은 잘라서 던져버리고
앞니 세워 무를 벗기면 껍질 배가 돌아 순순하다
가는 그물망 실핏줄 두른 몸
흰 푸른 속살 이빨에 베이고
입 안에서 산 채로 단내가 웃었다
배고픔에 무 서리는 용서되던 시절
아파트 장터 서던 날 붉은 황토 묻은 무
다발로 묶여서 단체로 쳐다본다
아니, 유년 시절에 만났던 너희들
그날 이후 우리 집 냉장고엔 하얗고 통통한 무가 살고 있다
먹다 보면 맛의 과녁판 같아
중심부엔 철렁한 수로,가으로 갈수록 단단해지며 단맛은 조금씩 짙어지고
때로는 매운맛
어렸을 적 선반에서 몰래 먹었던 사과 한 알
혼나던 종아리 알싸하다
조상님 제사에 올리렸던
얼얼한 종아리 기록으로 남아
나를 살피는 반딧불 이었다
해소로 잠 못 드는 밤을 달래주고
치렁한 국수 가닥 녹여줄 꿈을 꾸며
네모로 썰어질 깍두기로 거듭나기를 기다리는 무
하얀 벽장 속에서 뒤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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