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맛의 기억

이난순2024.05.13 11:07조회 수 143댓글 0

    • 글자 크기

 

 

 

손바닥에 상추 몇잎  된장 한 끝동 찍어

하얀 허기 크게 한 숫갈 얹는다

유연한 턱 관절

동공이 커지다가 눈을 감는다

 

 

밭 두둑에 앉아 상춧잎 따던

그의 마음이 씹힌다

두툼하던 손길에서

연한 입맛 돈다

 

 

또 한 입

불룩한 욕심

입 안엔 햇빛으로 와륵거리며

씹힐 때마다 키드득

 

 

어느새 마음은

들판을 달린다 숨이 가쁘도록

머리카락 날리며

신발 벗어 던진 채 

고향집 대청마루 오르듯

 

선머슴아처럼 그리 뛰어 오르지 말라는 꾸중

귓전에 들리고

고향 마을이 손에 닿아 유년을 맞는다

두레반의 대가족은 밥 먹는 소리도 경쟁이였다

상추쌈도 한 두장은 성이 차지않아 늘 몇 겹

 

하얗게 배어 나오는 씁쓸한 맛은 서로의 언약 

 

상추 줄기 붉게 남아있다

아껴 놓은 접시에

동그마니

 

이젠 천천히 음미 할 차례

    • 글자 크기
의사 아가씨 녹색 제물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9 사각의 꿈 2024.06.25 197
128 뿌리는 기억하고 있다 2024.06.13 197
127 내가 무를 먹는다는 것 2024.05.29 129
126 의사 아가씨 2024.05.24 187
맛의 기억 2024.05.13 143
124 녹색 제물 2024.05.06 200
123 빈 집 2024.04.20 129
122 목이 잘린 장미 2024.04.18 152
121 몰래 숨어든 누렁이 2024.04.16 159
120 손톱 깎기 2024.04.12 152
119 매화 길 위에 피다2 2024.04.02 198
118 섬이 생기다 2024.03.23 166
117 봄 도둑3 2024.03.14 192
116 할머니의 심중4 2024.03.14 176
115 직선에 옷 입히다 2024.03.08 136
114 바람 악보2 2024.03.01 176
113 숨어 있는 쥐4 2024.02.29 178
112 어머니의 엄마 되어2 2024.02.20 150
111 새끼 엄마 2024.01.19 138
110 손을 놓친 핫팩 2024.01.03 15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