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맛의 기억

이난순2024.05.13 11:07조회 수 14댓글 0

    • 글자 크기

 

 

 

손바닥에 상추 몇잎  된장 한 끝동 찍어

하얀 허기 크게 한 숫갈 얹는다

유연한 턱 관절

동공이 커지다가 눈을 감는다

 

 

밭 두둑에 앉아 상춧잎 따던

그의 마음이 씹힌다

두툼하던 손길에서

연한 입맛 돈다

 

 

또 한 입

불룩한 욕심

입 안엔 햇빛으로 와륵거리며

씹힐 때마다 키드득

 

 

어느새 마음은

들판을 달린다 숨이 가쁘도록

머리카락 날리며

신발 벗어 던진 채 

고향집 대청마루 오르듯

 

선머슴아처럼 그리 뛰어 오르지 말라는 꾸중

귓전에 들리고

고향 마을이 손에 닿아 유년을 맞는다

두레반의 대가족은 밥 먹는 소리도 경쟁이였다

상추쌈도 한 두장은 성이 차지않아 늘 몇 겹

 

하얗게 배어 나오는 씁쓸한 맛은 서로의 언약 

 

상추 줄기 붉게 남아있다

아껴 놓은 접시에

동그마니

 

이젠 천천히 음미 할 차례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8 체리크릭 파크에서4 2023.07.30 93
127 오늘도 맷돌 보수하러 간다6 2023.11.18 83
126 그녀, 가을되다7 2023.11.26 78
125 변신은 달빛 아래서6 2023.12.15 74
124 빨간 벤치 2022.01.21 73
123 강을 건너다8 2023.07.07 72
122 매미의 기도8 2023.07.26 67
121 꼬리 밟힌 지능범10 2023.06.03 65
120 그녀의 등5 2023.09.23 63
119 길 위에 음표를 그리다4 2023.10.07 62
118 어느 가을 달밤에6 2023.02.23 58
117 비 온 뒤엔 황톳길을 걷자 2022.09.17 57
116 나팔꽃 귀 되어8 2023.06.29 56
115 종이 비행기 2022.01.23 56
114 가을 물드는 소리4 2023.09.07 54
113 나 가거든 2022.08.22 54
112 대숲 그리고 바람과 나 2022.02.20 53
111 암하리 방죽 2022.01.12 53
110 목 화 밭 2022.01.04 53
109 내 동네 여술2 2023.10.24 5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