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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기억

이난순2024.05.13 11:07조회 수 2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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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상추 몇잎  된장 한 끝동 찍어

하얀 허기 크게 한 숫갈 얹는다

유연한 턱 관절

동공이 커지다가 눈을 감는다

 

 

밭 두둑에 앉아 상춧잎 따던

그의 마음이 씹힌다

두툼하던 손길에서

연한 입맛 돈다

 

 

또 한 입

불룩한 욕심

입 안엔 햇빛으로 와륵거리며

씹힐 때마다 키드득

 

 

어느새 마음은

들판을 달린다 숨이 가쁘도록

머리카락 날리며

신발 벗어 던진 채 

고향집 대청마루 오르듯

 

선머슴아처럼 그리 뛰어 오르지 말라는 꾸중

귓전에 들리고

고향 마을이 손에 닿아 유년을 맞는다

두레반의 대가족은 밥 먹는 소리도 경쟁이였다

상추쌈도 한 두장은 성이 차지않아 늘 몇 겹

 

하얗게 배어 나오는 씁쓸한 맛은 서로의 언약 

 

상추 줄기 붉게 남아있다

아껴 놓은 접시에

동그마니

 

이젠 천천히 음미 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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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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