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맛의 기억

이난순2024.05.13 11:07조회 수 20댓글 0

    • 글자 크기

 

 

 

손바닥에 상추 몇잎  된장 한 끝동 찍어

하얀 허기 크게 한 숫갈 얹는다

유연한 턱 관절

동공이 커지다가 눈을 감는다

 

 

밭 두둑에 앉아 상춧잎 따던

그의 마음이 씹힌다

두툼하던 손길에서

연한 입맛 돈다

 

 

또 한 입

불룩한 욕심

입 안엔 햇빛으로 와륵거리며

씹힐 때마다 키드득

 

 

어느새 마음은

들판을 달린다 숨이 가쁘도록

머리카락 날리며

신발 벗어 던진 채 

고향집 대청마루 오르듯

 

선머슴아처럼 그리 뛰어 오르지 말라는 꾸중

귓전에 들리고

고향 마을이 손에 닿아 유년을 맞는다

두레반의 대가족은 밥 먹는 소리도 경쟁이였다

상추쌈도 한 두장은 성이 차지않아 늘 몇 겹

 

하얗게 배어 나오는 씁쓸한 맛은 서로의 언약 

 

상추 줄기 붉게 남아있다

아껴 놓은 접시에

동그마니

 

이젠 천천히 음미 할 차례

    • 글자 크기
녹색 제물 의사 아가씨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 몰래 숨어든 누렁이 2024.04.16 15
7 목이 잘린 장미 2024.04.18 19
6 빈 집 2024.04.20 20
5 녹색 제물 2024.05.06 22
맛의 기억 2024.05.13 20
3 의사 아가씨 2024.05.24 19
2 내가 무를 먹는다는 것 2024.05.29 15
1 뿌리는 기억하고 있다 2024.06.13 1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