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랗게 나무 줄기들만 보인다
잎 하나도 없이
바람, 성글게 지나며 쳐다보네
푸른 제물에 매달려 조각조각 잘라 먹는 검은 벌레들
어쩌다 남아있는 개나리 잎새 뒤에 쪼르라니 매달려
머리만 똥그라니 보이는 그들 귀엽기 조차하다
개나리 꽃 지고 난 첫 잎이 그리도 맛있는지
사월 끝자락
그들의 희생제는 시작된다
검은 알 깨어나면서 부터
겨우내 모아놓은 땅속 기운
햇빛 담아내며 노랗게 합창 끝내고
푸릇하게 한숨 돌리렸던 울타리 옆 개나리
그들이 지나간 자리, 더 는 개나리가 아니다
검은 털북숭이 길이 되었다
다음 가지로 먹이 찾아 떠나는 배부른 애들
사진 찍느라 폰으로 폼 잡으니
지나던 이 묻는다
뭐가 있어요?
개나리 잎을 몽땅 먹어치우는 애들 있어서요
무심한 듯 가 버린다
사월도 가 버린다
그러나
아카시아 향 하얗게 번지면
길 위에 파란 싹 다시 돋아나겠지
오월이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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