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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제물

이난순2024.05.06 17:40조회 수 2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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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랗게 나무 줄기들만 보인다

잎 하나도 없이

바람, 성글게 지나며 쳐다보네

 

 

푸른 제물에 매달려 조각조각 잘라 먹는 검은 벌레들

어쩌다 남아있는 개나리 잎새 뒤에 쪼르라니 매달려

머리만 똥그라니 보이는 그들 귀엽기 조차하다

 

 

개나리 꽃 지고 난 첫 잎이 그리도 맛있는지

 

 

사월 끝자락

그들의 희생제는 시작된다

검은 알 깨어나면서 부터

 

 

겨우내 모아놓은 땅속 기운

햇빛 담아내며 노랗게 합창 끝내고

푸릇하게 한숨 돌리렸던 울타리 옆 개나리

 

 

그들이 지나간 자리, 더 는 개나리가 아니다

검은 털북숭이 길이 되었다

다음 가지로 먹이 찾아 떠나는 배부른 애들

 

 

사진 찍느라 폰으로 폼 잡으니

지나던 이 묻는다

뭐가 있어요?

개나리 잎을 몽땅 먹어치우는 애들 있어서요

무심한 듯 가 버린다

사월도 가 버린다

 

 

그러나

아카시아 향 하얗게 번지면

길 위에 파란 싹 다시 돋아나겠지

오월이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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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기억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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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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