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간 속에 연선 – 강화식
기억을 윤색하고 싶은 오후
빛 바랜 묶음을 풀어 덧칠하고
시간을 찾아 숨가쁘게 헤매지만
밝음 없이 만나 부딪친다
다스리지 못하는 스트레스
봄을 의식하지 못한 채 나긋나긋 바람 부는 대로
휘청거리는 음율을 넣어 덧입힌 걸음
봄이 줄을 서서 모이는 곳에 우주의 순서를 본다
땅에 누운 살구와 자두 꽃잎들은 순결을 잃었지만
복숭아 꽃 활짝, 꼬리를 문 송이마다 벌과 입맞춤
요동치는 향이 몸을 한 바퀴 돌고 코 끝에서 머물면
잎, 열매 순서로 여름을 향해 영글어 간다
열흘 후 우듬지에 눈을 튼 감 잎들
무성해진 가지 사이로 귀하게 앉은 하얀 공주
멀리 가을이 숨어있는 오렌지색 열매를 꿈꾸며
투박한 마디, 느리게 싹이 돋는 대추나무
햇살 받은 잎이 실크처럼 반짝이며 공간을 채워가면
조밥 닮은 꽃 줄들이 향기를 품어대는 봄 끝에서
붉은 가을을 꿈꾸며 계절이 익어간다
*윤색하다 (V) 아름답게 하다, 사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다, 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하다, 좋게 꾸미다
윤색 (N) - 가라앉아 막히다, 낙오되어 불행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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