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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둑

이난순2024.03.14 12:11조회 수 5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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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바람 몰아치는 산등성이

딱딱한 가죽옷에 기대다가

깊은  소리 찾아내어

작은 물방울 종일토록 길어 올려

단단한 눈꺼풀 열어 남으로 창을 내려 하였더니

 

누군가 드릴로  찌르는구나

 

찢긴 살에선  피 흐르고

외마디 소리는 바람에 씻겨버렸는지 감감하다

 

 

투명한 튜브가 목에 삽입되고

입 대신 누군가의 수고가 나를 채워준다

팔에서 받아들여지는 수액이 똑 또옥

내 혈관 속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다리의 근육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그걸 붙들려 손을 허우적인다

 

 

물병에 차오르는 수액

밤새 퍼 올린 남쪽에의 열망,

그가 가득 찬 꿈을 앗아가고

새 병을 달아맨다

 

 

목에 꽂친 튜브가 사라지던 날

귓전에서 들리던 어머니 목소리

얘야 눈 좀 떠 보렴

입술에 적셔지는 수액

 

 

달작한 봄 내 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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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꽃밭 내 마을 여술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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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봄 냄새와 희망의 속삭임 2중주가 움트는 듯 합니다

    아울러 Jim Reeves 의 구수한 베이스의 'Whispering hope'이 들리구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4.3.15 12:52 댓글추천 0비추천 0

    고로쇠물 선물을 받고, 맛을 처음 보게 되었지요.

    TV 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인간이 좀 잔인한 듯 느꼈었거든요 .

    하지만 그 수액을 마시면서 나무들의 깨끗한 마음이 이런 거구나!

    하고 헤아려지더군요

    덕분에 내가 마중하지 못한 봄을 훔쳐보게 된 셈이죠.ㅎ

  • 고로쇠가 뭔가 찾아봤더니 단풍나무군요.

    효능이 아주 좋다고 나왔네요

    이것 저것 다 좋다니까 사실 어디까지가 좋은건 지 헷갈립니다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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