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 한 귀퉁이
동그란 끈 달린 바구니 앞에 놓고 소녀 앉아 있다
이웃집 아줌마 열무단 파는 옆에서
바구니에 거나하게 담아주며 팔고 오라는 할머니
왼종일 앉아 있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딸기 바구니
왜 딸기는 한꺼번에 익어서 시장바닥까지 나왔을까
손톱 물어뜯으며 친구들 다 불러 모을 걸 후회해 본다
배가 볼록한,입구는 오목한 딸기 바구니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늘로 가려져 있을 그들
붉은 향내는 내 앞에서만 달콤했다
소녀의 외침은 낯설어 숨고싶었다
딸기사세요.....
그들도 나와 함께 숨어들어서 같이 빨개졌다
돌아오는 길, 해는 뉘엿거리고
딸기 바구니 그대로인 채
어깻쭉지 번갈아 아프다
뻘겋게 달아오른 서쪽 하늘도 원망스러웠다
부어오른 마음 대청마루에 팽개치는 손녀
등 토닥여 주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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